쓰가루 해협에 들어서며

북태평양의 대권 항해를 마무리하며

by 전희태


<쓰가루 해협에 들어서며>


091025-FA_0361.jpg 쓰가루 해협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가지 타입의 선박


쓰가루 해협은 일본의 혼슈와 혹까이도가 서로 마주 보며 껴안고 있는 일본 영해의 수면 공간이지만 당연히 무해 통항권이 인정되는 곳이기도 하다.


 모든 계절과 지구 상의 위치에 관계없이 극동지역에서 미주지역을 향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 모두 뱃길을 이용하게 된다면, 가장 빠르게 통항하는 방법인 대권 항해를 택하는 데, 이때 북태평양을 횡단하기 위한 한쪽의 지점을 이곳이 맡게 되므로, 여기를 찾게 될 때마다 언제나 새로운 감회가 찾아들곤 한다.


그러나 대권 항해의 출발점으로서 이 해협을 빠져나올 때와 이제 대권 항해를 마무리하기 위한 도착점이 되어 서진으로 들어서면서 만나게 되는 쓰가루 해협에 대한 인상은 전연 반대의 느낌을 갖게 한다.


 온갖 파도와 바람에 부대끼며 무사히 도착한 상태의 금항차 같은 서진에서는 어느새 항해의 완성에 가까워진 홀가분해진 마음이라 악천후의 기상 영향 등에서 벗어난 편한 심정으로 항해를 계속하지만, 이제 대권을 시작하기 위해 동진으로 해협을 빠져나올 경우에는 자신과 반대로 들어서는 모든 배들의 모습을 부러운 마음으로 지나쳐 보내며 제발 편안한 항해가 이루어지기를 비는 간절한 마음으로 떠나게 되는 곳이다.


이번 항해 역시 무사히 북태평양을 횡단하여 이른 아침에 도착하게 된 쓰가루 해협은 잔잔한 해면이 이어지며 우리 배가 선미로 뱉어내놓고 있는 추진류의 물거품 섞인 트랙을 굵은 한 일자의 획으로 선미의 지나온 수평선까지 닿아 이르게 그어주는 평화스러운 마음을 드리우고 있다.


아직은 별로 보이는 배가 없다. 해협은 마치 우리 배가 전세라도 낸 양 혼자서 열심히 달리고 있어도 별 말이 없이 품어주고 있다.


오후에 들어서며 본격적인 쓰가루의 좁은 해역에 들어서는데 언제 모여들었는지 많은 배들이 우리 배의 뒤를 이어서 들어오고 있어서 수평선을 드문드문 이 빠진 칼날같이 보이게 하고 있다.


필연으로 지나쳐야 하는 좁은 해역에 모여드는 배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지만 꾸준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어느 순간 그 자리들이 슬금슬금 변화되면서 그중의 한 녀석은 우리 배에 바짝 붙어서가며 추월을 시작하더니 어느새 저만큼 앞서서 나가버린다. 컨테이너 선이다.


붉은 노을이 앞쪽의 수평선 위를 물들이고 있다. 불 타오르는 듯한 그 모습은 찾아가야 할 곳에 아직까지 이르지 못한 나그네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도 동해에 들어섰으니 한결 포근한 마음으로 위치를 확인하여 해도상에 그려 넣으려고 차트 룸(해도실)으로 들어선다.


그어진 침로선 위에 위치를 그려 넣어주는 데 거슬리는 단어가 퍼뜩 눈 안으로 들어선다.

JAPAN SEA라는 동해를 일컬어 쓰인 이름이다. 그렇다면 하는 마음으로 더욱 아래쪽인 동해의 가운데쯤을 살펴본다.


 울릉도가 눈에 들어온다. ULLUNG DO라고 표시해 놓고 있다 그러면 그 옆은? 당연히 DOK DO라고 표시해야 할 곳에 TAKE SHIMA라는 이름의 섬으로 독도를 표시하고 있다.


이 해도는 일본 발행의 해도가 아니고 전 세계를 아울러서 편찬하고 있는 BA CHART-즉 영국 해도-인 것이다.


 심심찮게 독도를 알리기 위한 행사나 광고까지 나온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해도에 쓰인 이런 이름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야기 듣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얼마나 철저하게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그걸 나타내려고 애썼는지 알아보게 하는 이 모습을 보며 약이 오르는 마음에 곁들여 한편으론 으스스한 닭살이 돋을 지경이다.


 JAPAN SEA라고 쓰였던 글자를 수정 잉크로 지워주고 그 위에 DONG HAE(EAST SEA)라고 새롭게 덧글로 써넣어 준 우리 배의 해도를 다시금 살펴보며, 브리지를 떠난다. 동해로 완전히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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