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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해 Oct 15. 2020

우리나라 소주병이 모두 초록색이 된 이유

왜 우리나라 소주병은 같은 모양의 초록색 병으로 통일되었을까?

라벨과 병뚜껑만 다르고 병은 똑같은 우리나라 소주병


소주 업계에 초록색 병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92년. 강원도의 주류업체 경월에서 출시한 ‘그린’이라는 소주가 그 시초입니다. 처음에는 주로 강원지역에만 판매되었지만 두산그룹에서 경월을 인수한 1993년 이듬해부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경월 그린


초록색 병은 Green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순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주기에 적절했고, 투명하거나 하늘색 병을 쓰던 다른 브랜드를 제치고 1999년에는 마침내 시장 점유율 1위까지 치고 나갑니다. 컬러 마케팅의 승리였던 셈이죠. 게다가 유리병 공장에서 막 생산된 병은 원래 초록색이라 염료를 첨가해야 하는 기존 방식보다 제조 원가를 약 30%나 절감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소주 업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초록색 병으로 교체하기 시작했고, 오랜 시간 1위 자리를 고수했던 진로 역시 1998년에 리브랜딩을 통해 ‘참이슬’이라는 새 이름과 함께 초록색 병에 소주를 담기 시작합니다.


펩시와 코카콜라의 광고 대결을 방불케 하는 두 광고


소주병의 색이 초록색으로 굳어진 계기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가 도입된 2003년부터입니다. 이 제도는 포장재를 사용하는 회사는 의무적으로 폐기물을 일정량 이상 재활용해야 하는 법으로, 법도 지키면서 원재료 절감의 효과도 얻을 수 있었기에 소주 업체들은 비슷하게 생긴 서로의 병을 재활용하기 시작합니다.


다만 라벨은 참이슬인데 뜯어보면 처음처럼 음각이 새겨져 있는 해프닝이 발생하거나, 똑같은 규격이 아니다 보니 생산설비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잦아졌어요. 이에 2010년부터는 10개 주요 소주 업체가 당시 점유율 1위였던 참이슬 병을 표준 용기로 삼아 모두 똑같은 모양의 초록 소주병을 쓰게 됩니다. 브랜드에 상관없이 모든 소주병이 똑같이 생긴 이유는 바로 이것이죠!


진로는 계속 귀여운 두꺼비로 남을지, 아니면 황소개구리가 될지...

흥미로운 것은 초록색 병 신드롬 때문에 사라졌던 하늘색 병이 뉴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 나타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 주인공은 ‘진로이즈백’으로 협약에 벗어난 병을 쓰는 것은 위반이라며 다른 소주업체들은 반발하고 있으며,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소주병 재사용률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는데요. 과연 앞으로의 술자리 풍경은 어떻게 펼쳐질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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