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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해 Sep 17. 2020

건물 앞에 해태 동상이 유독 자주 보이는 이유

상상 속의 동물이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든 이유

높은 빌딩이나 오래된 전통 건축물에 가면 자주 보이는 동물 조각상이 있습니다. 호랑이와 고양이를 닮은 듯한 ‘해태’요! 광화문과 국회의사당 앞에도 커다란 해태상이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죠. 심지어 서울시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도 해태인데요, 상상 속의 동물이 왜 이리도 우리 생활 속에 많이 보이는 걸까요?


광화문 앞에서 관악산을 노려보는 해태상

우선 해치와 해태는 같은 말이에요. 해치는 순우리말 고어로 ‘해님이 파견한 벼슬아치’의 줄임말로 해태는 여기에서 변형된 단어죠. 상상 속의 동물이라 어떤 동물인지 알기 어려울 텐데 설화에 따르면 해태는 물에 살기 때문에 물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해요. 이 속성 때문에 해태는 불을 막아주는 영수, 즉 방화신수(防火神獸)로서의 상징성을 갖게 돼요.


그래서 조선시대 때부터 해태는 곳곳에서 방화신수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빌딩에 가려 안 보이지만 경복궁에서 정면으로 마주하는 산이 관악산이에요. 그런데 하필이면 이 관악산이 불의 기운이 강한 산이라서 경복궁 중건 직후에 화재가 자주 발생했고, 화기를 막고나 부랴부랴 광화문 앞에 해태상 한 쌍을 만들어두었다고 합니다. 또 민간에서는 불을 많이 써야 하는 부엌 입구에 해태 민화를 많이들 걸어두었다고 해요. 이런 오랜 전통의 영향으로 오늘날에도 화재가 일어나지 않길 기원하며 건물 앞에 해태상을 만들어두는 경우를 쉽지 않게 보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광화문에서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했던 해태상


아! TMI로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더 알려드릴게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도 한 쌍의 해태상이 있습니다. 이 해태상 역시 불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당시 예산이 부족했었대요. 마침 같은 이름을 가진 해태제과에 기부를 요청했더니 기꺼이 응했고, 이때 해태주조에서 생산한 ‘노블 와인’ 72병을 해태상 아래에 묻어놨다고 합니다. 국회 준공 100주년 때 꺼내 건배주로 사용할 계획이라는데 이제 55년 남았네요! 과연 100년이나 숙성된 국산 포도주의 맛은 어떨지 새삼 궁금하네요.


국회의사당 해태상 아래에 와인이 묻혔다는 소식이 실린 당시 신문


3급 공무원을 꿈꾸는 해치의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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