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속 디테일에 숨은 비밀
흔히 ‘화폐는 한 나라의 얼굴’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돈의 기능만 하는 것을 넘어서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와 인물을 담은 하나의 시각 예술품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죠. 또 지폐에는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위인을 그려 넣음으로써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현재 우리나라 화폐에는 조선시대 인물들만 등장하고 있습니다. 근현대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각에 따라 엇갈리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겠죠.
지폐 도안의 소재로 인물을 활용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혹시 지금 지폐를 가지고 있다면 한 번 꺼내서 살펴보세요. 전 세계 지폐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인물은 정면 모습이 아니라 약간 옆에서 비스듬히 본 얼굴이에요. 일반적으로 건축물이나 풍경은 조금씩 변화가 있더라도 사소한 차이를 인식하기 어렵다고 해요. 하지만 사람의 얼굴은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원래 지폐에 그려진 각도에서 0.1도만 틀어지거나 작은 요소가 살짝만 달라져도 육안으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폐 속 인물을 자세히 보면 그 디테일은 더욱 섬세하게 느껴지는데요 피부의 결과 명암도 장난 아닙니다. 특히, 이 디테일의 끝은 수염 혹은 머리카락에서 정점을 찍어요. 혹시 지갑에 5만 원권이 있다면 한 번 꺼내보세요! 지폐 속 신사임당의 가체머리를 들여다보시면 감탄이 나옵니다. 실제로 위조 방지를 위한 디테일의 차이는 바로 이 부분에서 극대화되기 때문에 전 세계 지폐 속 인물을 들여다보면 머리카락이나 수염이 돋보이는 인물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한편, 유럽에서는 화폐를 유로화로 통합하면서 특정 국가 출신의 위인을 인물도안으로 채택하기는 어려워 고딕, 바로크, 로마네스크 같은 시대별 특징이 담긴 건축양식을 앞면에 넣었어요. 그래서인지 유로화는 위조지폐 문제가 가장 심각한 화폐라고 하네요.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건축양식을 유로화의 대표 도안으로 사용하는 것도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