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권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되는 두 용(dragon)
5초만 눈을 감고 '용(dragon)’을 떠올려보세요.
머릿속에 그려진 용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저마다 다른 용을 떠올렸겠지만, 보통은 그 생김새에 따라 동양용과 서양용으로 쉽게 구분됩니다. 같은 용인데도 문화권에 따라 명확하게 나뉜다는 게 참 신기하죠?
‘그런데...어떤 게 동양용이고 서양용이야?’ 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긴 몸통에 날개가 없으면 동양용, 공룡 같은 모습에 날개가 달렸다면 서양용이에요. 재미있는 건 이 둘은 생김새뿐만 아니라 성격도 완전 달라요. 동양용은 구름과 비를 부리는 신성한 영물로 여겨져요. 그래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동양권 왕들이 입던 옷에도 용 문양을 볼 수 있죠! 반면 서양의 용은 어두운 동굴에 살면서 불을 뿜는 사악한 괴물이죠. 무시무시한 힘을 가져 여러 신화 속에서 끝판왕 빌런 역할을 도맡는데, 용을 물리친 자는 Dragon Slayer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얻는 동시에 영웅으로 등극하곤 하죠.
그럼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할까요? 여러 기원 중 가장 유력한 설을 소개해드릴게요. 동양의 용은 토템 문화에서 시작돼요. 뱀을 숭배하던 부족이 다른 부족을 통합하면서 뱀에 다른 동물의 특징이 더해진 것이죠. 그래서 뱀의 몸에 돼지코, 사슴뿔, 소의 귀, 염소의 수염, 독수리 발톱, 물고기 비늘을 가지고 있어요. 토템 문화가 뿌리에 있으니 용이 숭배의 대상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겠죠.
서양의 용은 성경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창세기 속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게 한 것이 바로 뱀이죠! 요한계시록에서는 아예 용이 등장하는데 여기에서도 용은 사탄을 상징합니다. 성경이 서구 문화에 큰 영향을 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서양에서 용이 사악한 존재로 여겨지는 건 당연하겠네요.
사실 동서양의 용은 아예 다른 존재라서 이렇게 단순히 '용=dragon'이라는 점에 입각해서 서로를 해석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화권에 따라 비슷하게 생긴 상상 속 동물이 명확하게 다르다는 점은 참 흥미로운 일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