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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해 Jan 14. 2024

국제 스포츠 대회를 4년 주기로 여는 이유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컵은 왜 4년마다 여는 걸까?

드디어 아시안컵이 시작됐습니다. 그 여느 때보다 강력한 멤버를 구성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63년 동안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이번에는 이룰 수 있을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죠! 그런데 가만 보니 아시안컵도 그렇고,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까지 굵직한 세계 대회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나같이 4년을 주기로 열립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른 스포츠 대회는 모두 올림픽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고, 올림픽의 개최 주기가 4년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내용이 정말 길지만! 차근차근 설명해 드릴게요.


고대 올림피아의 모습


올림픽의 기원은 널리 알려져 있듯 그리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기원전 9세기부터 개최되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역사를 자랑하죠. 고대 그리스에서는 곳곳에서 저마다의 신을 기리며 여러 제전 경기가 펼쳐졌는데,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제전이 바로 제우스 신에게 바치는 올림피아 제전(올림픽)이었습니다. 이때의 대회 주기는 4년이 아닌 8년이었습니다. 주기가 8년인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태양의 신 아폴론을 기리며 태양력을 쓰는 도시국가도 있고,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기리며 태음력을 쓰는 도시국가도 있었습니다. 공용 달력이 두 종류였던 셈이죠. 문제는 태양력은 1년이 365일 하고도 1/4일. 태음력은 1년이 354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두 달력의 차이는 무려 11일 1/4일. 서로 다른 달력을 쓴다고 하더라도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문명이었기에 어느 정도 서로의 시차를 맞춰줄 필요는 있었습니다. 마침 둘의 차이 11일 1/4일을 8로 곱하면 90일이었는데, 이는 태음력의 3개월에 해당하는 날로 딱 떨어뜨릴 수 있어서 윤달을 쓰듯 8년을 주기로 서로의 근사치를 조정해서 사용하기로 합니다. 이를 고대 그리스의 8년법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고대 그리스에서는 숫자 8이 완전무결하게 맞아떨어지는 수로 여겼고, 생활 전반에 8년이 기준으로 정해진 문화가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제전의 주기도 8년이 되었죠.


기원전 550년 경 제작된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코피 흘리며 올림픽 복싱 경기 하는 선수 모습


8년이었던 올림픽의 주기가 바뀐 건 기원전 776년. 이때는 올림픽의 맥이 이미 끊긴 지 오래인 상태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리스 전역은 도시국가 간의 전쟁이 거듭되었거든요. 서로 으르렁 거리는 사이에 모여서 제전이라니 말도 안 되죠. 그런데 계속되는 전쟁에 지쳐가는 그리스 사람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페스트까지 창궐합니다.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쉴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때 '엘리스'라는 나라의 왕 '이피테스'가 묘안을 냅니다.


올림픽을 다시 하자고 해야겠다!
그런데 옛날처럼 8년을 주기로 열면
평화가 찾아오는 주기가 너무 기니까..
반으로 잘라서 4년에 한 번 하자고 해야겠다!
어차피 태양력, 태음력 숫자 얼추 계산하면
4년도 떨어질 수도 있는 숫자긴 하잖아?


이피테스는 신탁을 받았다며 스파르타에 전쟁을 중단하고 신을 기리는 올림픽을 다시 열자고 제안하고, 역시 지쳐있던 스파르타는 이를 받아들입니다. 올림픽은 이때부터 393년까지 4년마다 개최돼서 총 293번이나 열립니다! 달리기, 원반 던지기, 레슬링, 마차 경주 등 5일에 걸쳐 다양한 스포츠 경기가 열렸고, 신을 기리는 행사인 만큼 이 시즌에는 전쟁이 금지됐습니다. 올림픽이 393년까지만 열린 이유는 이때 그리스가 로마 제국에 정복당하면서 392년에 그리스도교가 국교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의 근간은 제우스 신을 모시는 행사였는데, 그리스도교에서 보기에 제우스 신은 이교도였겠죠. 따라서 올림픽을 폐지하라고 명령했고, 393년을 끝으로 올림픽은 다시 역사 속에서 사라집니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 남작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모습 


올림픽이 다시 시작된 건 프랑스의 행정가이자 교육자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서입니다. 워낙 스포츠를 좋아했던 쿠배르탱은 스파르타 교육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는데, 어쩌면 그리스의 올림픽 경기가 당대 세계에서 팽배하던 민족주의 사상을 벗어나 서로 화합하며 세계 평화로 나아가는 장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의 사상은 미친 행동력과 결합되어 1894년 파리 국제회의에서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를 만들게 하더니, 급기야 2년 뒤인 1896년에는 올림픽이 시작됐던 아테네에서 제1회 근대 올림픽을 개최합니다.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던 올림픽은 그전 올림픽이 그랬던 것처럼 4년을 주기로 열리되 나라별로 번갈아 개최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1회 우루과이 월드컵 포스터와 우승팀이었던 우루과이 대표팀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은 원래 올림픽 축구경기를 관리하고 책임졌습니다. 하지만 '아마추어'에 대한 해석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달랐고, 이를 계기로 프로선수도 참가하는 축구 대회를 만들어 1930년에 독립하는데 이게 바로 월드컵입니다. 올림픽의 영향을 받아 4년마다 개최했지만 올림픽과 겹치지 않도록 그 중간에 개최해서 올림픽과 월드컵은 2년마다 열리게 되었죠. 굵직한 두 이벤트가 4년마다 열렸으니 그 후에 생겨난 국제 스포츠 대회 역시 이 영향을 받아 4년을 주기로 열리게 됩니다. 아! 물론 U-20 월드컵 같은 청소년 대회는 예외로 2년마다 열립니다. 4년마다 열린다면.. 특정 나이대 선수는 이 대회에 나가는 기회조차 받을 수 없었을 테니 합리적인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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