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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ll May 24. 2023

무인커피숍 안에서

이만저만해서

지인이 논문을 한글영어로 쓰는데 나에게 검토를 부탁했다


두 아이들이 노트북을 보면 서로 컴퓨터를 하겠다고 그래서 조용히 24시간 무인커피숍으로 갔다


모르는 분야라 읽고 또 읽고 전문용어를 찾아보고


그러는 동안 옆 테이블에 아주머니 두 분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얼마 후 맞은편 테이블에도 아주머니 두 분이 앉아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듣고 싶지 않았지만 무인커피숍이 좁아서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주로 부동산 이야기와 건강보험료 이야기와 자녀들의 공부, 진로, 취업 이야기와 기타 등등 이야기를 건너 들었다


나의 부모님 세대는 주판을 배웠고, 나의 세대는 워드 프로세서와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을 배웠고, 요즘 세대는 코딩과 무슨 컴퓨터 언어를 배우고, 미래에는 뭔가 더 심오한 것을 배우지 않을까 싶다


옆 테이블로부터 자녀가 여름방학에 미국으로 2주 동안 수학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도 듣고, 맞은편 테이블로부터 자녀가 미국에서 취업에 성공해서 월급을 약 7천 달러 정도 받지만 월세내고 생활하면 얼마 안 남는다는 이야기도 듣고


자녀들이 대학에 가면 이제 큰 집이 필요 없어서 집 두 채를 부동산에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대출 이자 갚는데 지쳤고, 얼마 전에 건강보험료가 너무 올라서 공공기관 담당자에게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에서 건강보험료 내고 있다고 구구절절 설명하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눈과 손은 노트북으로 논문 초록을 검수하고, 귀로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그랬다, 날이 더워서 모기들과 날벌레들이 날아다니는 무인커피숍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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