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블라블라 17화

사람 믿지 마세요

특히 친구

by 정현철

어젯밤 꿈에서 두 번째 직장이 나왔다 강소기업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점점 그냥 소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는 ×소기업이구나를 깨달았다


두 번째 직장에서 연봉 3000 중반을 받으며 일했다 퇴사하기 몇 달 전에는 창피하지만 유선상으로 직접 실적을 말했더니 연봉을 4000으로 올려주기는 했다


주요 업무는 신규 바이어 발굴 및 기존 거래처 관리였지만... 해외영업팀에서 사실 나 혼자 일했기에


수출입 관련 서류 작성부터 T/T, L/C 등 무역 대금 수령 업무도 처리했고 해외출장에서 술상무도 했고


실험실에서 접착제 시편 샘플 제작 및 접착력 테스트도 했고


부수적으로 출퇴근 시 특정 지점에서 경리직원이나 다른 직원과 함께 카플을 했고


때가 되면 사무실 청소를 했고


제품을 트럭이나 컨테이너에 상하차 할 때 직접 까대기를 했다


하루는 현장 작업자의 실수로 수입산 고가의 원료를 잘못 배합했다


덕분에 그 파란색 원료 알갱이를 다시 일일이 사람 손으로 구분하는... 며칠 동안 분류 작업했던 기억도 난다


테이프, 목장갑, 톤백 등 소모품 및 수출 포장 관련 물품도 저렴한 곳을 물색했고


하지만 가지 소모품은 사장님 지인이 판매하는 곳으로 갑자기 변경되었다 가격이 비쌌지만


어쩌다가 사장님 담배 심부름과 국내 영업 상무의 개인적인 온라인 해외직구도 했다


또한 사장님 친구가 연구소장으로 왔는데 그 소장은 다른 공장에서도 근무 중이었다


하루는 나를 불러 리필용 백 상단 모서리 부분에 동그란 플라스틱 마개를 부착하는 기계를 중국에서 수입해야 한다며 나를 마치 다른 공장의 직원인 것 마냥 업무를 주었다


군대에서 까라면 까는 것처럼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더 가관인 것은 나를 채용한 내 초등학교 친구이자 내 상사는 집에서 휴대폰으로 CCTV나 감시하고


주요 업무는 나를 통해 이메일과 메신저, 급할 때는 전화나 문자로 보고 받는 것이었다


출근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유는 지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으로 기억난다


직원들이 회사의 녹을 먹는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도 기억나는데 지가 예비 왕이라도 되는 줄 알았나 보다


이만저만해서 무역서류를 다시 수정해서 보내야 하는 상황에 퇴근길이었지만 차를 돌려서 다시 사무실로 가서 일을 마무리하고 평소보다 늦게 퇴근하는 길에


포워딩업체에 이메일을 보내면서 그 친구 이메일을 참조했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일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확인하는 전화였다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말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일은 잘 처리된 거지?'라는 질문만...


프랑스, 영국, 스페인, 터키, 호주, 우즈베키스탄, 인도 등등 중국 이외에 다양한 해외 국가로부터 샘플 문의가 오고 실제로 수출도 이루어지고


하지만 내가 안산시청과 GSBC의 중동시장개척단 프로그램에 보고도 없이 지원해서 항공권과 숙박비용의 절반을 회사 경비처리를 해야 한다고 하니 정말 나쁜 놈 취급을 했고


평소에 마케팅이나 전시회에 인색해서 온라인으로만 제품 홍보를 해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결국 안 가기로 하고 중동시개단 담당자님께 사과드리고 불참 통보를 했다


그런데 그 담당자님은 대단했다 전화를 통해서 사장님을 설득했다


그리고 나는 뭄바이와 두바이를 다녀왔다 뭄바이에서는 6개월 전부터 메신저로 친구가 된 뉴델리에서 날아온 인도 바이어를 만났고 그 바이어에게 결국 출장 후 제품을 팔았다


두바이에서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교 후배인 친구를 만났다 비행 중에 외국인 산모의 아기를 받고 사무장으로 승진해서 비행은 한 달에 한번 정도 한다고 했다 덕분에 밥도 얻어먹고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도 듣고 그랬다


그나저나 가끔 그 접착제 회사 관련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그래도 잘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족, 친척들, 다른 지인들을 활용해서


나에게 해외직구를 처음 경험하게 해 준 그 상무와 자동차 부품 관련 중국 출장을 같이 갔을 때 통풍으로 고생해서 맥주를 못 마시고 고량주만 먹었던 기억...


그 국내영업 상무도 나름대로 힘들었는지 영업할 시간에 외진 도로 빈 공간을 활용해서 정신건강을 위해 블루베리를 재배해서 블로그를 통해 판매했다, 그 블루베리를 발송할 때 필요한 주소 라벨을 회사 컴퓨터와 프린터와 회사 스티커 라벨용지를 사용했던 기억이...


부사장을 목표로 열심히 일했지만 지금까지 거기에 남아 있었다면 나도 통풍에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뒤 돌아보니 운이 좋았다 중국 무역중개인 한족 친구도 그렇고 나도 이만저만해서 차량 사고가 났는데 그 중국 친구 BMW와 나의 아버지 아반떼는 폐차시킬 정도로 부서졌지만 몸에는 상처하나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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