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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ll Feb 12. 2022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닙니다

머리 검은 짐승

라디오에서 수출 관련 뉴스를 들으니 두 번째 직장에서 터키 첫 수출이 진행되던 때가 떠올랐다 취소 불능 신용장임에도 불구하고 윗선에서는 첫 거래이니 안전하게 무역보험에 가입하자고 했다


사실 나도 그 당시에는 약간 겁이 나서 그 말에 동의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수출입대금 관련 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수출 건에서도 윗선에서는 계속해서 보험 가입을 하라고 지시했다 거래처가 안정적이고 중간에 담당자도 확실한 사람인 것이 검증되었고, 취소 불능 신용장을 개설한 은행도 실존하는 은행임에도 이상하게 터키 수출 건만 계속 보험에 가입하고 수출을 하라고 했다


사실 첫 번째 L/C를 발행한 외국은행은 신용도가 낮아서 무역보헙 가입이 필수였다 하지만 두 번째 L/C부터는 어느 정도 신용도가 있는 해외은행이어서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기업은행 수출팀과 무역협회 상담위원을 통해서도 더블체크, 트리플체크까지 했다.


이게 그냥 일반 보험이 아니라 수출입 대금을 보증해주는 보험이라 준비할 서류도 많고 무역보험공사에서도 까다로워서 쉽지 않았다


안 그래도 그 시기에 카타르 수출 건의 취소 불능 신용장 환어음 네고 건에서 말도 안 되는 오류, 오타, 띄어쓰기를 빌미로 1건당 70~80달러에 금액을 


L/C를 2개 발행해서 첫 번째 L/C에서 7건, 두 번째 L/C에서 8건으로 총 15건으로 1,000달러가 넘는 금액을 수출입대금에서 차감당해서 민감한 상태였고


윗선에서는 사유를 불문하고 담당자인 내 잘못으로 수출대금이 꺾였다고 험담... 아니 내 후임이 보는 앞에서 실실 쪼개면서 비아냥거렸다


게다가 운송사 담합으로 영국 및 유럽행 선박운임이 상당히 올랐는데 영국 수출 물량이 2배로 늘면서 운송비용이 대폭 늘어났다


그런데 그것을 내가 입사하기 전에 지 사촌 형이 중국 수출 운임을 가지고 다른 주머니를 차듯이 내가 물류비용으로 해 먹는 줄 알고


포워딩 사장을 소환하라는 둥... 더 싼 포워딩업체를 찾아내라는 둥...


나중에 알고 보니 지가 인터넷으로 찾은 포워딩 업체에 이미 영국 물류비용 알아보고 내가 기존에 쓰던 업체와 별 차이가 없었는데도


지는 경영진이고 나는 직원이니 그냥 다녀라는 식으로 오해에 대한 사과나 해명 따위는 없었다 아마도 친구이자 윗사람인데 잘못했다고 인정하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간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이런저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 나는 결국 사장님, 그 녀석, 기타 여러 사람들에게 본심을 따발총처럼 속사포로 얘기하고 퇴사했다


물론 그 녀석은 코로나 19가 터지기 전인데도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느라 친구로서의 나의 마지막 쓴소리를 전화로 들었다


더 황당한 사실은 내가 퇴사한 지 얼마 안 돼서 그 녀석의 아버지는 국내 대기업 본드 회사 출신의 무역중개인, 내가 올린 인터넷 제품 소개를 보고, 나를 통해 회사와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하고

 

결정적으로 둘째 아들 전세금으로 사용된 오래된 거래가 끊긴 중국 업체의 미수금 약 1억 원을 찾는데 큰 공헌을 한 그 무역중개인에게  대리 그만뒀는데 해외 영업해볼 생각 없냐고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분은 재치 있게 거절했고 나는 그분과 지금도 간간이 안부를 묻고 지낸다


어이가 없는 것은 내가 퇴사를 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그중에는 그 녀석이 가장 큰 몫을 했는데


그 녀석은 주변 사람들에게 그 무역중개인이 꼬신 거다... 술 많이 먹으면 암 걸려서 일찍 죽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서 정 대리가 그만둔 거라고 떠벌렸다고 한다


게다가 그 무역중개인은 나나 그 녀석보다 한참 연장자인데도 그 녀석은  아무 이유 없이 미팅이나 업무에서 그 무역중개인을 개무시하고 연락을 안 받았다고 한다 하여간 속 좁은 건 어렸을 때나 커서나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윗선의 측근임에도 퇴사를 한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공장장으로 약 5년을 일하다가 싹수가 없는 사장님의 태도와 말투로 퇴사한 사장님의 형님... 얼굴 보기가 껄끄러웠을 텐데 그 녀석 남동생 결혼식에 찾아오셨다


제품의 핵심 레시피를 개발했지만 영업부의 누군가와 비교당하면서 무시를 당한 그 녀석의 이종사촌 형... 레시피를 들고 동종업계로 여러 번 이직하고 레시피만 빼앗기고 토사구팽 되었다고 한다


아 맞다 사장님의 불알친구도 초창기에 영업을 했었는데 쓸데없이 지출이 많고 제품 단가 계산을 잘못했는지 항상 적자를 봐서 잘렸다고... 마지막 날에는 사장님의 친척들에게 사무집기를 던지면서 육두문자를 날렸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불알친구분은 꾸준히 회사로 놀러 왔다 멘털이 엄청나게 강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매번 제품을 외상으로 가져갔다 퇴직금과 함께 보너스로 받은 영업용 차량 쌍용 무쏘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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