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는 언어
언어가 나를 표현하는 걸까?
처음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갔을 때 기본적인 중국어는 할 수 있었다. 중국어로 현지 친구들과 대화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옅게 쌓였던 우울감이 점점 두터워짐을 느꼈다. 한국에서 하지 않던 몸개그까지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나서 내 우울의 원인을 발견한 것 같았다.
내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유머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상황을 비틀거나 타이밍에 맞게 엉뚱한 말을 해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을 좋아했다. 말로 더 이상 웃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중국인 친구 앞에서 몸을 이용해 개그를 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웃자 마음이 편해졌다.
서툰 외국어를 구사하며 생활하는 것은 흡사 어린아이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몸은 어른이지만 몹시 어눌하게 말하는 사람이 똑똑해 보이긴 힘들다. 일본인 친구가 한국어 대신 일본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봤을 때 느꼈던 놀라움을 기억한다. 어벙한 한국말로 인해 이미지까지 어벙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언어는 이렇게 한 사람의 정체성과 이미지에도 영향을 준다. 결국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고 어떻게 받아지느냐의 문제다.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게 되었을 때 느꼈던 문화 충격 중에 가장 큰 부분은 서울말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드라마에서나 들을 법한 서울말을 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보통 드라마의 주인공들도 서울말을 쓰고 있었다. 내가 말을 하면 내용보다 부산 사투리라는 형식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았다. 낯선 환경 속에서 나는 그저 평범해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앞에 악센트가 들어가는 부산 사투리의 특색을 파악했고 앞에 악센트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나름의 서울말을 배웠다. 통역 공부할 때도 나의 사투리가 마이너스라고 생각하고 특색을 지웠다. 어느 정도의 서울말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자연스럽고 재밌을 때는 부산 사투리로 다다다다 말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모국어는 부산말인가 보다.
이제는 중국어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많이 익숙해졌다. 몸 개그 대신 중국어를 써서 상대방을 웃길 수도 있게 되었다. 중국어를 쓰는 내 모습이 진짜 나 답게 느껴지는 순간이 계속 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