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하고 싶게 만드는 요인들
남편에게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보스가 자리를 비운 어린이날 속에서
농땡이 부리고 싶은데
보고서 쓴다고 계속 낑낑 거리고 있다고
모국어가 아닌 사람한테
왜 계속 글 쓰는 일을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툴툴거렸다
그는 싫다고 말하라고 했지만
내가 원하는 대답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 입에서 나온 혼잣말 소리를 듣고
네가 (내가) 그 일을 잘하니까 그렇지
내가 그 일을 잘해서 믿고 맡긴다는
인정이 필요했나 보다
주제에 따라 목차 잡고
한국 자료를 찾아
중국어로 한 편의 글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고통과 희열을 동시에 느낀다
어려운데 재밌는 시간 속에서
모처럼 몰입감을 느낀다
태도에서 결과물에서
티가 났을 수도 있겠다
회사에서 못하는 일을
계속 주지는 않으니까
손댈게 별로 없다는
원어민 상사의 피드백을 들으면
힘이 나서 낑낑대며 또 쓰게 된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한 문장,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시간이 내게 남긴 것도 있다
한국어로 글을 쓸 때 복잡한 문장을 가려 쓴다
조미료를 덜 친다고 할까?
그리고 내가 아는 게 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얼마 전에 책에서 읽은
인생은 피드백이란 문장도 떠올랐다
연차가 올라가고 나이가 많아진다는 말은
당신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인생은 피드백'이라는 좌우명 아닌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내가 꼭 '함께' 일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내 윗사람이거나 아랫사람이거나 무관하게 나이와도 무관하게 좋은 결과물에 대한 칭찬을 하는데 인색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다혜 지음/출근길의 주문
피드백(feedback)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 찾아보았다
1. 은혜에 보답하다
2. 전기학에서 시스템 중 출력된 부분이 특정 비율로 입력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피드백이 단순히 주고받는 것인 줄 알았는데 결과에 대한 평가가
다시 결과를 만드는 요인이 되어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걸까?
한 번역 대가가 번역은 실패하는 과정이라 한 말이
번역하고 글을 쓰는데 용기를 준다
어차피 원어의 의미 내 마음과 생각 온전하게 옮겨낼 수 없더라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문장이 세상에 새로 나와 누군가 만날 수 있으니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