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쓸모
논어 필사, 낭독하고 글쓰기로 사색싹을 틔우는 달빛서당 12기 문이 열렸다. 나는 학인들보다 한발 먼저 논어에서 씨앗문장을 큐레이션하고 길잡이 내용을 만든다. 논어 내용을 소화하고 전달의 통로를 내는 과정이 매번 어렵긴하다. 몰입이라는 상태는 좀 어려워야 온다는 깨달음을 달빛서당하면서 얻었다.
재미에 빠지다, 몰입에 대한 중국어 표현으로 樂在其中(lè zài qí zhōng)을 좋아한다. 樂在其中의 자료를 찾아보다 樂在其中이 논어에서 시작된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飯疏食飮水반소사음수曲肱而枕之곡굉이침지 樂亦在其中矣락역재기중의, 거친 밥을 먹고 (차가운) 물을 마시며, 팔을 굽혀 그것을 베개로 삼으면 즐거움도 그 속에 있다는 논어 술이편 문장이다.
飯疏食飮水반소사음수曲肱而枕之곡굉이침지 樂亦在其中矣락역재기중의 不義而富且貴불의이부차귀於我如浮雲어아여부운
거친 밥을 먹고 (차가운) 물을 마시며, 팔을 굽혀 그것을 베개로 삼으면 즐거움도 그 속에 있다. 의롭지 못하고 잘살고 귀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만 같은 것이다.
출처 《논어論語》 제7편 술이 述而 15장
달빛서당 11기에 함께 읽었던 내용을 12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꺼내보았다. 이 문장에는 浮雲부운, 뜬구름이 나온다. 뜬구름이 아주 오래된 표현이구나.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뜬구름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덧없는 세상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不義而富且貴불의이부차귀於我如浮雲어아여부운, 의롭지 못하고 잘살고 귀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만 같은 것이다라는 공자의 말을 곱씹어 본다. 보통 뜬구름 같다고 하면 돈이 안되는 것, 비현실적인 것과 연결되는데 2500년 전 공자는 부귀와 이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不義而富且貴불의이부차귀於我如浮雲어아여부운, 의롭지 못하고 잘살고 귀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만 같은 것이다, 부귀富貴를 좇기 전에 나에게 어떤 것이 의義로운지 알아야 겠구나.
인문학은 ‘분별력’이라는 가치를 만듭니다.
그게 인문학의 쓸모입니다.
분별력은 현대사회가
값을 잘 쳐주지는 않지만
대단히 귀중한 자원입니다
장강명 지음, 미세 좌절의 시대
지금, 논어를 읽고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뜬구름이 아니라 현실을 사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