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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 May 17. 2022

아이와 함께하는 한자여행 2/존댓말

존댓말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다시 펼쳐본 책이 있다.

<어린이라는 세계>

내 곁에 있는 어린이의 세계가

알고 싶기도 했다.

이번에 읽고 밑줄 그은 부분은

존댓말에 대한 내용이다.



어린이들의 존댓말을 듣다가 알게 된 것이 있다. 수업 시간 말고 차를 마시는 시간, 그러니까 일상을 나누는 순간에 이따금 존댓말의 한계가 드러났다. 존댓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나 분위기가 있었다. 이를테면 존댓말로는 마음껏 자랑하기가 어렵다. 내용은 전달할 수 있지만 자랑의 핵심인 '뽐내는 기분'을 전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


존댓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열을 파악하고 어휘를 고르고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다.


p189~191/김소영에세이/어린이라는세계/사계절






어느 순간

아이가 나에게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저'로 시작해 '요'로 끝나는 말이

아이 입에서 나오는게 신기했다.

아이의 존댓말 앞에서

내가 어른임을 깨닫기도 했다.



" 저 수박이 먹고 싶다요."


" 저 엉덩방아 찧었다요."


아이와 아이 친구들이

나에게 건네는 엉성한 존댓말을 들으며

귀엽다만 생각했지

서열을 파악하고 어휘를 고르고 감정을 조절하는

노력까지는 보지 못했다.



존대(尊待) 높이 대접하다

아이들이 존댓말로 내게 말을 건네면

나도 존댓말로 대답을 해본다.

아이들만큼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존댓말이 마냥  편한 말은 아니다.

굳이 상대방을 높이거나

나를 낮추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반말이 좋다.


아이도

나도

크게 울거나 웃으면서

존댓말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존댓말이라는 예의, 형식 속에

잘 담기지 않는 내용이 있다.

높임말에서 반말로 옮겨가는

그 순간의 미묘함

다른 언어권에도 있을까?


당연하지 않은 존댓말까지

배워서 건네는

어린이들 고생이 많아요.

존대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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