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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 Sep 20. 2022

아이와 함께하는 한자 여행 3/초보 운전자의 첫 주유


나는 초보 운전자다.

3년 전 첫 운전 지하 주차장에서 소화전을 박았다.


작년에 운전 연수를 또 받고

지난 3월 가까스로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혼자 운전대를 잡고 움직인 건 약 20번이며

10분 내외 아는 길로 다닌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듣고

모르는 길도 다녀보는게 소원이다.


빨간불에 멈추어 서는게 반갑고

정지선에서 숨을 몰아쉰다.

보조석에는 아이 사진이 있다.

아이를 태웠다고 생각하며

끊어지려고 하는 정신줄을 붙잡는다.


기둥을 돌아 빠져나가는

첫 시도가 어려워 지하주차장에서

유튜브로 운전 영상만 보고 집으로 돌아왔던 적도 많다.

주차는 누가 차 좀  들어올려 넣어주면 좋겠다.


운전, 주차에 익숙해질 때까지

같은 길을 계속 다니려고 했는데

변수가 생겼다.


기름이 다 떨어져 주유해야 했다.

자전거로 집 주변 주유소를 찾아 길과 신호를 익혔다.


천천히 하세요


차를 대는 것도, 빠져나가는 것도

긴장해 당황하고 있는 내게

주유소 직원분이 이야기해주셨다.


그렇지,

빨리 가지 않아도 되지.

내가 가려고 하는 곳에

시선을 두고 움직일 엄두가 났다.

가까스로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나 오늘 처음으로 주유했어



가족들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엄마 주유가 뭐예요?



아이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물어보는 말은 대부분 한자어다.

일상에 녹아있는 수많은 한자어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저는 말을 잘한다는 것의 기준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게 말하는 것에 두고 있습니다. p43

김소영 지음/말하기 독서법/다산초당


얼마 전에 읽었던 책 내용도 떠올랐다.

어떻게 뜻을 알려줄까?

고민하다 한자어는 주로 한자로 풀이해 본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많이 쓰는 한자어漢字語의

한자漢字를 요리조리 뜯어보고

스스로 원하는 모양으로 조립하는 것 역시

우리말과 글을 익히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응 주유注油는 기름을 붓는다는 뜻이야

부을 주 注, 기름 유油가

만나서 만들어진 글자야

엄마가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고 왔어.


아, 주유소注油所는

주유에다 장소 소所자가 붙어

기름을 넣는 곳이야.


이제 기름도 넣었으니

엄마 운전 연습 매일 해야겠다.

너 학교 가듯이 ㅋㅋ

우리  加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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