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 Nov 03. 2023

감사하다는 쉬운 말

fleeting notes

한때 같이 일했던 동료로부터 아주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다. 어느 강연을 듣다가 내가 떠올랐다고.


"...강연 중에 Giver, Taker, Matcher라는 개념이 나왔는데 주는자, 받는자, 주고받는자를 소개하면서 가장 성공하는 유형과 가장 실패하는 유형이 Giver라고 했어요. 그 차이는 taker를 구별할 수 있느냐 없느냐였고요. 크리스께 항상 많이 받아왔던 것 같아 지금 드릴 수 있는 것 없지만 감사인사라도 남겨야겠다 하고 왔습니다. 감사해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뜻밖의 선물 같았달까. 재능있는 개발자인 그에게는 사실 마음 한 켠 늘 미안함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안 하겠다, 함께 하기 어려울 거 같다는 사람을 끈질기게 달라붙어 데려왔다가 조직에서 나란히 팽(?)당한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나야말로 덕분에 많이 배웠고 감사했다"고 답했다.


'감사하다'라는, 하루에도 수십번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이 가벼운 말이 왜 묵직하게 느껴졌던 걸까. 아마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내 스스로도 확신이 잘 서지 않는 많은 일들이 그래도 의미가 없진 않다는, 그래도 누군가에겐 가치있었다는 의미로 느껴졌기 때문 아닐까. 적어도 나에겐 그의 말이 의례적으로 하는 그런 감사 인사는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얘기지만 며칠 전 예능 프로그램 <나는SOLO>에서 한 남성 출연자가 데이트를 함께한 여성이 카페를 나가며 사장님께 "운영 시간이 아닌데도 열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콕 찝어 감사를 전한 점을 언급하는 대목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사장님 입장에서야 하루에도 수십번 듣는 게 "감사"였겠지만, 분명 다르게 느껴졌을 테다. 그런 감사 인사, 나도 많이 해야겠다.


관련문서

- 제텔카스텐 인덱스

매거진의 이전글 막춤의 쓸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