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면서 깨달은 것들

by 단시간

TV나 영화에서 보던 이혼은 헤어지자!라는 말과 동시에 이혼 서류가 등장하고 각자 따로 살기 시작한다. 나는 이혼이 그런 건 줄 알았다. 순식간에 쩍 하고 두 동강 나 버려 각자의 조각을 챙겨 출발하면 끝인 건 줄... 하지만 이혼은 깨짐과 동시에 자잘 자잘한 수백 개의 유리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그 조각을 하나하나 줍고 끼워 맞추다 지친다. 줍기를 포기하고 그냥 지나가려 하면 결국 발에 상처가 나고 마는 그래서 다시 주워야 하는 그런 헤어짐이었다. 아이가 있다면 특히나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은 이 과정이 너무나 지난하다.





이 지난한 과정 속에서 내 생각과 달랐던 것, 새롭게 안 사실들이 많다.



첫 번째는 이혼 진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가 막막했다. 누가 나에게 이러 이런 서류가 필요하고 작성할 때는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알려줄 사람이 주변에 흔치는 않았다. 변호사를 찾아가서 상담을 하고 인터넷에 검색을 하고 카페를 가입하고, 블로그 글을 보며 작성할 이혼 서류는 법원에 있고 필요한 서류는 무엇이 있는지 메모했다. 이혼이라는 게 드러내 놓고 'A부터 Z까지 이혼 과정을 알려드립니다~' 할 수가 없는 노릇이기에 수많은 광고 속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란 힘들었다. 나라도 정말 글을 써주고 싶은 심정이다. 북마크 바가 꽉 차 갈 때쯤 그래도 이혼에 필요한 서류, 가족관계 증명서는 상세로 발급해야 한다는 것, 이혼합의서 작성양식 등을 파악할 수 있었고 양육비와 재산분할을 내 기대에 훨씬 못 미치게 협의하고 법원에 찾아갔다.


둘째, 서류를 제출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거주의 문제가 남아있었다. 가정법원에 서류를 제출하고 온 날 아아 이 아빠와 나는 나란히 집에 들어갔으며 아이와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겉으로 보면 어느 가족과 다르지 않을 모습으로 저녁을 먹고 치우고 아이를 재우며 아이 아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이게 정말 어른들의 삶이구나 그래도 그러지 않은 척, 하고 하지 않은 척, 척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도대체 이게 무어란 말인가 눈앞에 없어야 할 사람은 계속해서 내 시야에 걸리고 나 역시 피할 도리가 없는 이 상황이 갑갑했다. 이 마당에 아이 아빠가 따로 나가 살집을 구하는데 배우자의 서명이 필요했다. 아직은 법적인 배우자인 내가 부동산에 같이 찾아가 은행 직원 앞에서 협조적으로 서명을 해주면서는 정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셋째, 아이의 변화, 성장과정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느껴줄 사람이 없어졌다. 분명 아이가 처음 기었을 때, 걸었을 때 나와 정말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기뻐해 줄 사람이 옆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아이가 무언가 성취를 하거나 어떠한 이유 때문에 좌절했을 때 나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봐주며 서로 공감해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점은 안타깝다


이혼 과정에서 내 몫의 재산을 보면서 나는 도대체 여태까지 뭐한 건가 싶기도 하다. 10여 년의 세월을 딱히 행복하지도 않았으면서 넋 놓고 흘려보낸 것 같다. 그 시간들을 다시 주워올 수 있다면 그래서 깨진 시간을 붙일 수 있다면 지금 내가 서있는 이 자리와 다를 수 있을까? 낮과 밤이 반복되듯 후회와 자책이 반복된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나의 이 이중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쨋든 결론은 지금 깨달을 수 있는 바가 있다면 충분히 깨닫고 다시는 인생에서 이 과정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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