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아이에게 이야기하기

이혼 후 아이를 양육하며 아이와 행복하게 사는 방법

by 단시간

이혼을 결정하고 난 후 제일 고민했던 것은 아이에게 말하기였다. 아이에게 말하는 그 순간만 생각해도 명치끝이 아파오고 어깨가 들썩이고 두 손이 모아졌다. 7살 아이에게 부부의 헤어짐이란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과연 아이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가족에 대한 애착이 무척이나 강한 아이가 절망해버리면 어쩌지... 많은 고민을 했고 말하는 내용에 대해 수백 번 되뇌며 '어떻게 하면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이해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결국 아이에게 말해야 할 시간은 다가왔고 아이의 아빠와 충분히 상의를 한 후 아이에게 말했다. 이날은 아이에게 최대한 집중하려 노력했고 셋이 식사를 하며 분위기도 따뜻하게 조성하였다.




엄마, 아빠의 문제로 이제는 엄마와 아빠가 따로 살게 되었어 하지만 엄마, 아빠는 언제나 00이를 항상 사랑하고 00이가 원할 때 언제나 아빠와 연락하거나 만날 수 있어. 그리고 00이는 엄마랑 살 거고 무슨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아.



어! 그래 알았어 괜찮아!




아이 대답은 너무나 간결했고 당황스러웠다. 괜찮다니? 우리 아이가 이렇게 강했단 말인가? 그래 우선 괜찮다니 안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는 엄마, 아빠가 따로 산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혼한다는 생각을 안 한 것 같았다. 주말부부로 따로 살아본 경험이 있었기에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다시 이야기를 했다.



00아 아까 한 이야기 말인데 엄마, 아빠는 이제 영원히 같이 살지는 못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니?



그럼 엄마, 아빠 이혼하는 거야?

응.. 그렇게 될 거야...


그럼 이제 우리 가족이 아닌 거야? 엄마, 아빠 이혼은 절대 안 돼!

00아 그렇다고 해서 너랑 엄마가, 너랑 아빠가 가족이 아닌 건 아니야 엄마랑 살더라도 너랑 아빠는 여전히 가족이고 너랑 엄마도 영원히 가족이야. 너랑 엄마랑은 절대 헤어지지 않아. 하지만 엄마, 아빠 둘은 같이 있으면 서로 마음에 상처를 주게 돼서 떨어져서 살려는 거야.

이혼은 안돼..!! 이혼 안 하면 안 돼?



그래.. 아이가 한 번에 이해하기엔 어려웠으리라 생각했지만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아이의 마음속에 설마 이혼은 아니라며 부정했을 텐데 그 마음을 상처가 될 사실로 확인시켜줘 버렸다. 심장으로 가야 할 피가 어디선가 뚝 끊겨 콸콸콸 흘러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내용을 이 작고 소중한 아이에게 확실하게 도장을 쾅 찍듯이 알려줘 버리고는 '이제 너는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다. 네가 선택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에게 헛된 희망을 주기는 싫었다. 언젠가 우연히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서 부모님의 이혼을 듣게 되거나, 적당히 떨어져 살다가 같이 살 줄 알았던 엄마, 아빠가 계속해서 같이 살지 않는 상황을 아이가 불안해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울 것이었다. 아이가 마음이 불안정하고 눈치를 보게 하는니 확실히 말해두고 앞으로 엄마, 아빠 각자가 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이를 안심시키고,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어두운 밤은 지나갔다. 그 밤 이후로 아이의 기분이나 컨디션을 살피며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사실을 받아들이고 난 것 같아 달력에 아빠와 면접교섭을 할 날짜인 매월 세 번째 토요일을 체크했다. 아이가 달력에 적힌 숫자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날을 미리 예측하고 안정감이 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혹 더 만나고 싶은 날은 언제든지 엄마한테 이야기만 하면 더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자신의 생일과 엄마, 아빠의 생일에는 셋이 만나고 싶다고 하였다.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아이의 생일에는 기꺼이 셋이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며 화목한 가족이었던 양 행동할 수 있겠지만 각자의 생일은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에게 엄마, 아빠의 생일은 각자 보내고 아이의 생일에는 셋이서 보자고 이야기했다. 이제 매년 아이의 생일에는 '전'남편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난감하고 귀찮고 버거웠고 그날에 소비한 감정 자체가 너무나 싫었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마음속 깊은곳에있는 모퉁이로 부정적인 마음을 꾹꾹 눌러버렸다.


이제 아이와 둘이 살집으로 이사를 했다. 환경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싶었지만 전학과 이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셋이 살았던 동네에 계속 살면 곳곳에 있는 셋이 함께 있었던 장면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나를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 다행스럽게도 새로 이사한 동네도 이전 동네와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고 이 동네에도 아이의 친구들이 있어 적응은 어렵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운동이나 미술학원을 등록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 아빠에 대해서는 아이에게는 좋은 아빠임을 꾸준하게 이야기해주며 면접교섭일 외에 이사 온 다음날에도 만남을 가지도록 하고 아이가 이야기 중 아빠를 언급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는 내가 어떠한 일이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아이에게 너무 의지하지 않고 지내보려 한다. 아이에게 말하는 그 순간부터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지만 어쩌면 의연하게 대처하며 그전보다 밝게 지내는 엄마를 보며 '나도 엄마를 믿고 잘 지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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