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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희 Sep 01. 2022

우리들의 '목요일의 독후감'

안녕하세요:)


100회 특집 공지를 올린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계절이 두 번째 바뀌어 갑니다. 오늘은 전할 내용이 있어서 글을 썼습니다.




2020년 6월의 저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글을 썼습니다. 그 단순하고 가벼운 시작은 2년이 좀 넘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기간 동안 매주 마감을 해왔어요. 제가 가진 재주와 능력에 비하면 참 과분한 시간을 잘 버텨왔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전까지 저는 작가로 살아본 적이 없었고, 마감이나 연재 역시 처음 경험했습니다. 저는 그저 책을 읽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이 좋았을 뿐이었죠. 더구나 제가 좋아서, 제가 내킬 때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운 좋게도 조금은 알고 있어서, 그 선물을 잘 누리고 겪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저는 제가 바라는 제가 되고, 제가 꿈꾸고 싶은 것을 꿈꾸고, 때로는 어디에도 마음 놓고 털어놓지 못했던 것들을 적으며 마음의 무게를 덜기도 했습니다. 글을 써서 가장 행복한 건 분명 저였을 겁니다. 어쩌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합니다.


그동안 리뷰한 책들의 표지 사진.


2년 동안 매주 마감을 하며 실감한 것들이 있다면, 글에는 제 안에 담겨 있지 않은 것은 나올 수 없다는 것, 쉽게 읽히는 글은 있어도 쉽게 쓰이는 글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밖에도 제가 편하게 느끼는 작업 방식과 글을 한 편 쓰기 위해 제 생각을 어느 정도 묵혀두는지 같은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저는 그야말로 어디서든 썼다는 기억입니다. 글을 쓰자고 마음 먹은 정해진 시간들 외에도 어딘가로 이동하는 차 안은 물론이고, 뭔가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썼고, 순간적으로 고쳐야 할 곳이 떠오르면 언제 어디서든 망설임 없이 핸드폰 화면을 열고 메모를 하고, 글을 수정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은 온(on)도 오프(off)도 없었네요.


그래서 힘들었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좀 다른 지점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게 어떤 일이든, 설사 그것이 간절히 염원하던 일이라고 해도 막상 직접 해보면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은 있기 마련이고, 애정을 갖고 애를 쓰다보면 힘든 순간들도 겪게 된다고요. 그러니 절대적으로 힘들기만 했다거나 완전히 좋기만 했다는 말은 거짓말일지도 모른다고요.


하지만 저는 제 글을 읽고 마음에 드는 부분을 캡쳐해서 공유해주시는 분들, 같이 울며 읽었다는 분들, 비슷한 경험을 나눠주시고, 제 삶에도 글에도 깊이 공감하고 지지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든 줄도 모르고 그 다음, 그 다음을 준비했습니다.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읽고 써 왔습니다. 그건 아주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나날들 속에서, 때로는 힘들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럭저럭 버틸 만도 한 나날들 속에서, 그 부분만은 특별했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매일 글을 쓰는 건 기본적으로 훈련이 되어야 한다던데, 저는 제 글을 읽으러 찾아와주시는 다정한 발걸음 덕분에 저절로 그런 훈련이 되었습니다. 저는 매일 쓰고, 매일 읽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들을 통해 저는 또 다른 도전을 해보려고 합니다. 독후감도 좋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제 목소리로 들려드리는 글을 쓰고 싶고, 그러기 위해 지금까지 해오던 시도들을 이제 좀 더 모으고 다듬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독후감을 쓰면서도 에세이를 쓸 수 있지 않느냐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내내 자신에게 그렇게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독후감에 대해 생각하면서 동시에 에세이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법을 아직 익히지 못했습니다. 멀티 태스킹에 제법 능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오산이었나봅니다. 매주 리뷰할 책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서 저는 일상의 순간들을 기록하고 의미를 찾는 일에는 자꾸 소홀해졌습니다. 그런 저를 자주 책망하게 되는 건 덤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런 상상을 자주 했습니다. 홍대 앞이나 성수동 어딘가, 이태원의 어느 골목이나 종로의 작은 돌담길에서 버스킹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은 담담한 척 하지만 무척 떨고 있습니다. 마음 속에는 우려와 걱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노래를 시작합니다. 그는 정말 노래를 좋아하나 봅니다. 기타나 건반을 두드리며 리듬은 시작되고, 앞의 리듬은 뒤의 리듬을 밀고, 뒤의 리듬은 다시 그 뒤의 리듬을 끌어주며 노래가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그 노래가 참 좋다고, 누군가는 흥얼거리며 따라부르기도 하고, 손으로 박자를 타기도 하지만 선뜻 그 사람 곁에 가서 서 있기는 민망하고 쑥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맴돌지만 가까이 가지는 못해요. 그때, 어떤 사람 한 명이 노래 하는 사람 가까이로 가서 섭니다. 눈을 감고 진지하게 노래를 듣습니다. 한 곡이 끝나자 박수와 환호를 자그맣게 보냅니다. 그러자 그 자그마한 환호 덕분에 선뜻 다가오지 못했던 사람들도 하나 둘 다가옵니다. 먼저 서 있기로 한 그 사람 곁에 이제 두 번째, 세 번째 사람이 다가옵니다. 그 첫 마음을, 그 첫 걸음을 그는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모여든 사람들의 기대 속에 시작된 두 번째 노래는 어쩐지 첫 번째 노래보다 훨씬 좋습니다.


이 공간에 찾아와주신 분들은 제게 그 '첫 번째 사람' 입니다.


이곳에서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신 이야기들 역시 앞으로 쓰여질 저의 글에 녹아들어가겠죠. 저는 새로 어떤 글을 쓰게 된다고 해도 지금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을 잊을 수는 없을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아낌 없이 사랑 받은 시간이었으니까요. 그 시간은 제 마음 깊숙이, 제 몸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마치 영원한 이별인 것처럼 비장함이 감도는 것 같아 이쯤하렵니다. (이미 다 했다. .) 독후감 연재를 쉬면서 에세이를 한 권 써보겠다, 더 오래 꾸준히 쓸 수 있도록 일정과 체력을 잘 분배하겠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이렇게 간단해도 될 것을 말이 길었네요.


삶이란 언제나 제가 다 알 수 없는 것들을 준비하고 있으니, 제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리라는 약속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어쩌면 저를 거의 잊으셨을 때쯤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생각보다도 빨리 돌아와서 이 길고 비장한 인사가 무색해질지도 모르지요. 어떤 상황이든 우리 그때 또 처음처럼 반갑게 만나요.


그럼 건강히 지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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