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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투명 Oct 22. 2021

나도 내가 한식에 목 메는지 몰랐지

외국에서 한식 만들기 수난사


엄마에게 들켜버렸다, 집에서는 계란 프라이도 제 손으로 안 해먹던 게을러터진 둘째 딸이 외국에서 김치를 만들어 팔았다고?


한국에 있을 때는 김치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서울에서의 그 긴 자취생활 동안에도 김치를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1도 해본 적이 없다. 근데 결국엔 사람이란 게 아쉬우니까 다 하게 되더란 말이지. 라면 하나를 먹으려고 해도 김치 없이는 맴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사실 나는 한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미리 알았다면, 라면 한봉지도 챙기지 않고 해외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들이 네 입맛 스페인 아재 같다고 할 정도로 뭐 먹으러 갈 때는 무조건 유럽식에, 집에서도 늘 치즈에 올리브를 입에 달고 살았기 때문. 요즘엔 뭐 먹냐고? 요즘엔 파김치에 잔치국수를 입에 달고 산다 ㅋㅋㅋ


예전에 한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한식을 먹을 수 있으니까 가능했던 생각이었던 거다. 그러니까 집 100m 반경에는 슬리퍼 신고 나가 김치찌개 먹을 수 있는 가게가 하나쯤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었던 거지, 지금처럼 배추 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재래시장에 허겁지겁 달려가서 1박 2일에 걸쳐 김장을 내 손으로 직접 담가야 할 때 가능한 생각이 아니라는 거다.




내가 이 지경이 된 건, 결국에는 다 코로나 때문이다. (녀석이 세상 모든 것의 원흉이다)

한식당이 없고, 한 식재료를 파는 마트가 없고, 게다가 지독한 락다운으로 모든 식당이 닫힌 상황에서 결국 난 인정해야 했다, 내가 한식 없이는 일주일도 살 수 없는 몸임을. 그렇게 바투미에서의 코로나 1년은 나를 한식 장인으로 만들었닼ㅋㅋㅋ


코로나 시절에 내가 1년 동안 살던 바투미는 조지아라는 동유럽 나라의 작은 휴양지 도시이다. 멋진 해안가를 끼고 있으며, 인구가 적기도 하지만 아시안은 정말 없어서 한식당이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내가 구할 수 있는 아시아 식재료라곤, 간장, 미소, 참기름, 고춧가루, 피시소스, 소면 정도였을까. 그런데 사실 그것만으로도 해먹을 수 있는 한식은 많다는 건 살면서 터득하게 되었다.



음식 사진 왜케 못찍짘ㅋㅋㅋ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먹고, 레디쉬로 깍두기를 담그고, 반죽 쳐서 칼국수로 닭 한 마리를 만들어 먹고, 족발을 삶고, 밀가루로 떡볶이를, 생선 살 발라서 어묵을, 팥 통조림으로 팥죽을 만들어 먹었다. 삶에서 뭔가를 만들어 먹는다는 행위에 이렇게나 열정적인 적이 있었나 싶었던 시기였다. 그래선지 이때 찐 5kg가 아직도 빠지지 않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달고나 커피나 수플레 팬케이크의 열풍이 분 것처럼, 집에서 견뎌야 하는 긴긴 지루함도 한몫했을 것이다.


세상 어디에서나 야채는 팔았고, 그걸 데쳐내어 조물조물해서 간장에 버무리는 것만으로도 얼추 한국에서 먹던 나물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또 그렇게 상추를 몇 장 잘라내고 읍내(트빌리시) 나갈 때마다 공수한 고추장을 한 숟갈 넣어서 슥슥 비벼 먹곤 했다. 소면이 떨어지면 파스타 가장 얇은 면으로 갓막례 님의 천재적인 레시피인 간장 비빔국수를 해먹고, 냄비에 찬밥과 닭다리 하나와 마늘 한주먹ㅋㅋㅋ을 넣고 끓여내면 훌륭한 보양식이 되었다.




정말 먹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식재료가 있었던 경우, 아마존에서 주문할 수 있다. 내가 지내는 곳에서는 1kg에 7$ 정도면 미국 아마존에서 배송을 시킬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일본 카레나 떡국 떡 같은 걸 종종 시켜 먹곤 했다.

그런데 가끔은 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먹지 않았던게 먹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순간이 있기도 했다. 예를 들면 약과 같은 거.. 난 내가 외국에 살면서 미국 아마존에서 약과를 시켜 2주를 간절히 기다려 행복해하며 먹게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집에서 어떻게 만드나 싶은 두부나 찹쌀 도너츠, 떡, 팥죽, 짬뽕, 치킨 등등 모든 레시피가 검색만 하면 나왔다. 요리 레시피 검색할 때 마법의 키워드가 있지않은갘ㅋㅋㅋ <백종원 + 요리 이름. >

누군가 이 요리 만들 수 있어? 하고 물으면, '할 수 있어!'라는 대답보단, '할 수 있을걸?'이라는 대답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검색엔진이 10초 안에 내게 알려줄 터였다.



사실 사 먹는 게 더 싸고 맛있습니다 ㅋㅋㅋ


어쨌든, 어쩌다가 김치를 만들어 팔게 됐는지는 (지금은 나먹을 것도 없어서 안팜) 다음 편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나 같은 한식러버&요리쪼렙의 수난사는 해외에 사는 이상,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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