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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투명 Oct 24. 2021

동유럽의 알프스, 조지아를 소개합니다

내가 사는 조지아는 이런 나라입니다 :D


조지아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이 나라를 잠깐 소개를 하자면,, 머릿속에 떠올린 그곳, 조지아 커피는 이곳이 아니다. (참고로 여기 커피는 맛없다ㅋㅋ) 조지아 커피는 미국의 주중에 하나인 조지아와 연관된 말이고, 이곳은 코카서스 지역, 동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는 인구 400만의 작은 나라이다. 예전에 지리 시간에 배웠던 ‘그루지야’가 바로 이 조지아이다. 소비에트 붕괴 이후로 1991년 독립하면서 그루지야에서 조지아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지아의 국가 이름이 바꿨을 때, 그걸 가장 처음으로 적용해 준 나라가 한국이고, 그에 감사한 조지아가 한국인의 비자를 무려! 360일로 늘여줬다는 썰이 있다. 이 비자는 사실 무한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잠깐 외국에만 다녀와도 입국일 기준 다시 360일이 더 늘어난다. 내가 이곳에서 맘 편하게 2년 넘게 지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비자 정책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조지아에 360일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총 95개국이다. 트빌리시 어디서든 영어나 유럽어가 흔치않게 들리는 건 이러한 조지아의 넉넉한 비자 정책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언어는 조지아어를 사용하는데, 문자가 동글동글 매우 귀엽다, 문자의 높이나 작은 획에 따라서도 읽는 법이 달라져 나 같은 까막눈은 매번 헷갈려 제대로 읽지 못한다. 러시아와 가깝기도 하고 지배도 오랫동안 받아서 러시아어도 구사할 수 있는 조지안들이 많다. 접근성이 좋은 지역적 특징과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거주자의 많은 비율이 다른 국적이거나, 혼혈이다. 아시안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고, 정착해서 지내는 한국 교민들의 수도 100명 남짓인듯하다.




조지아는 유럽과 아시아 강국들 사이에 위치한 탓에 아주 오래전부터 강국의 지배를 많이 받았다. 전쟁과 식민지를 겪은 나라일수록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져서, 다소 가부장적인 측면이 있다. 정치적 상황이나 이런 역사적 상황 때문인지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거의 잘 웃지 않는다. 말도 툭툭하는 편이고 무뚝뚝하다 느껴질 순 있는데, 또 정이 많은 것이.. 가끔은 내 고향인 경상도 사람들을 떠오르게 할 때가 있다.




현재 수도는 내가 지금 지내고 있는 트빌리시라는 곳이고, 아주 오래전에는 수도였고 그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쿠타이시, 터키와 흑해를 맞닿아있는 휴양지 바투미 등의 도시가 유명하다. 큰 도시를 떠나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웅장한 산과 들판이 펼쳐지는데, 이는 한국에서 조지아를 가성비 알프스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국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카즈베기나 메스티아의 풍경은 정말 알프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아름답다.




조지아의 GDP는 사실 말도 안 되게 낮다. 소득 수준이 높은 트빌리시가 3500유로 정도라고 하니, 총 GDP는 훨씬 더 낮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로컬분들의 일급이 우리나라의 시급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입의 차이가 굉장히 큰 편임에도, 사실 트빌리시 메인에서 산다고 하면 물가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거주비나 마트 생활비, 레스토랑 등 물가가 한국의 2/3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체 이런 물가에 로컬 분들은 어떻게 생활하는 건가 궁금했었는데, 많은 조지안들이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일한 돈을 가족들에게 부쳐주며 생활비로 충당한다고.




Teleport라는 해외 사이트에서 조사한 조지아의 물가이다. (한국어로 번역돌렸당) 비교적 정확한 물가지수인 것 같다. 외식 물가는 한국과 크게 차이는 없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고 하면 엄청나게 저렴하게 지낼 수 있다. 나는 2주치 장을 한꺼번에 보는 편인데, 5만 원 정도면 냉장고가 꽉꽉 찬다.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는 식재료의 경우는 크게 저렴하지 않지만, 조지아 브랜드나 농산물의 경우 매우 저렴하다. 고기나 유제품, 농산물 등 모두 농약이나 방부제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매우 신선하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늦게 먹으면 금방 상한다. 내 평생 잼이 상하는 건 처음 봤다.ㅋㅋ




조지아 입국할 때 작은 와인을 선물로 줄 정도로 조지안들의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 조지아가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집집마다 김치를 담가먹듯이, 대부분의 조지아 가정들도 자신들만의 와인 제조 비법이 있다. 도시에 사는 조지안들도 때가 되면 농장에 가서 와인을 담근다고 할 정도.


다른 유럽에서는 주로 나무 통에 와인을 숙성시키는 데에 비해, 조지아에서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특별한 양조법이 있다, 뾰족하고 거대한 진흙 항아리에 와인을 양조시키는 '크베브리'라고 불리는 양조법인데, 이는 유네스코 무형 문화제이기도 하다. 와인 맛은 잘 모르지만, 내 입맛에는 가성비가 괜찮은 편. 만원 이하에 꽤 질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조지아에 온다면 와인은 꼭 한 번쯤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은 레드 세미 스윗인 크반치카라라는 품종이다. 굉장히 독특한 끝 맛을 내는 와인인데, 달아서 많이 먹진 못하지만 한두 잔 정도는 즐겁게 먹는 편이다.




현지 분들의 주식은 평평하게 만들어서 구워 먹는 밀가루 빵들(하차푸르 등)과 토마토와 오이, 당근 등의 신선한 야채를 샐러드로 먹거나 피클처럼 먹고, 지방 없는 돼지고기를 기름에 볶거나, 매콤하게 졸여 먹는 등으로 많이 드신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인데, 로컬분들은 상당히 짜게 먹는 편이라 완전한 로컬 식당에 가게 된다면 물을 엄청 마셔야 할 거다 ㅋㅋ 소고기는 굉장히 질긴 편이라 난 먹지 않는 편이고,, 먹고 싶다면 송아지 요리로 먹는다면 실패가 별로 없다. 가끔 마트에 송아지 고기가 나오면 쟁이는 편이다.


카르프가 가장 유명하고 큰 마트이고, 한국 브랜드인 도시락 라면을 판매해서 한국 라면이 그리울 때 먹을 수 있다. 트빌리시에서는 간장, 고춧가루, 고추장이나 미소(된장은 없다) 등도 구매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큰 유럽 도시에 비해서는 한식 재료를 구매하기 쉽진 않다.




비자 정책이나 저렴한 물가, 빠른 인터넷, 안정성 등의 이유로 많은 노마드들이 조지아에 살고 있기도 하다. 지인들에게 조지아에 살고 있다고 하면, 아직도 조지아 커피? 하고 묻는 경우가 있어서 적어본 조지아의 소개글이었다.ㅋㅋ 2년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지, 살면 살수록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조지아 커피 말고, 조지아 와인? 하고 물어봤으면 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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