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조지아 고양이가 귀여운 탓이다

by 김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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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에 잘 다녀왔다, 이번 방문은 여행과 동시에 사전답사가 목적이었다, 터키로 이사를 갈까 예전부터 고민 중이었기에 이사 전에 살짝 구경만 해볼까 했던 것. 도착한 첫날에는 당장 이사 와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이스탄불과 사랑에 푹 빠졌다가, 며칠이 지나자 그 마음이 약간 시들더니, 여행 끝날 즘에는 빨리 조지아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사실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한 나 자신에게 깜짝 놀랐다, 난 내가 조지아에 그리 애정이 없는 줄로만 알았지, 오랜만의 여행을 끝내고 빨리 돌아가고 싶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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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게 다 조지아의 고양이가 귀여운 탓이다. 물론,, 터키의 고양이도 엄청나게 귀엽다. 그렇지만 1년간 어화둥둥 키운 내 고양이만 할까. 나는 지금 두 마리의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다. 2-3주 때 우리 집에 입양 온 회색 빛깔의 자매 고양이다. 바투미에 살던 때에 우연히 현지 페이스북 그룹에서 삐쩍 마른 새끼 고양이의 사진을 보게 된다, 누군가 쓰레기통에 버린 걸 발견해서 자기 집 정원에 뒀다는데 본인은 키울 수가 없어서 주인을 찾는다는 글이었다. 글을 보고 처음에는 걱정만 하고 넘어갔는데, 그 뒤로도 입양을 못 가는 건지 며칠 동안 계속 사진이 업로드되었다. 눈과 귀만 커다란 건 제대로 먹지 못해서 이리라. 신경 쓰이는 마음에 오천 번쯤 고민을 하고, 결국 녀석들을 입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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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가 사는 방식을 '디지털 노마드'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이게 영 손가락 오글거리는 표현이라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랩탑만 가지고 일하는 방식을 굳이 정의하자면, 저 표현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삶에 고양이 두 마리라니, 사실 디지털 노마드라고 불리는 생활을 반쯤은 포기한 셈이다. 사실 어디 고양이뿐이겠는가, 반만 채웠던 배낭이 이제는 제일 큰 캐리어 2개에 큰 박스 3-4개를 채워 넣어도 부족할 만큼 살림살이가 늘어놨다. 커피 머신에 로봇청소기까지 갖추고 사는 주제에 나 디지털 노마드요 하기에는 좀 민망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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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vs 생활자는 쇼핑을 하는 순간 결정된다


한곳에 머물며 오랫동안 생활하는 게 여행 트렌드가 된지는 한참 되었다, 에어비앤비의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브랜드 캠페인이 제대로 먹혔다. 한 도시에서 길게 생활을 하다 보면, 오만가지 물욕과 마주하게 된다. 여행에서 생활로 바뀌는 순간, 눈에 차지 않는 것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게 다 취향의 문제이다. 만약 요리를 위해 평범한 흰 소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느새 히말라야 어쩌고 핑크 소금과 트러플 소금 같은 걸 주섬주섬 사게 된다면.. 축하한다, 이제 현지인이 다 된 거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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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계절이 한두 번 바뀌면 앞으로 여행자로 살 것인지, 생활자로 살 것인지 결정해야 될 순간이 온다. 계절이 바뀌면 그에 따라 짐도 늘고, 생활방식도 바뀌는데, 마음에 차는만큼 양껏 사들일지 아니면 없으면 없는 대로 버텨볼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코비드가 오기 전에는 이 생활이 길어질 줄 예상을 못 했기 때문에, 캐리어 정도의 짐으로 버티다가 코비드 이후에 완전히 항복을 하고 물건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모든 항공편이 끊겨서 해외로 돌아갈 길도 없었고, 사실은 별로 돌아갈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못 먹어도 고'라는 지혜로운 선조님들의 말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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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냥 홈즈와 루팡



요리와 커피, 옷에 대한 취향은 채우는 선에서, 인테리어, 이외 패션잡화, 화장품 등에 대한 취향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옷은 잘 차려입었는데, 3천 원짜리 슬리퍼를 신고 나가는 일이 종종 생기곤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직까지는 여행자와 생활자의 반쯤에는 걸쳐있고 싶은걸...

그치만 사실 조지아 고양이가 귀여워서 다 망했다. 벌써 마당냥이만 5마리라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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