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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투명 Oct 23. 2021

나는야 조지아의 김치팔이 청년

K-부심차서 해외에서 김치 판 썰

사실 제목을 청년으로 해야 할지, 중장년으로 해야 할지 고민 중.



사실은 내 김치에 근거 없는
자부심이 있긴 했다.



그러니까 누군가 맛있다고 팔아보자고 했을 때 그게 쌩고생의 시작임을 모르고, 덥석 '그러지 뭐!' 했던 거다. 나 같은 망손 따위가,, 결단코 요식업에 그 어떤 열정이 있거나.. 조지아에서 김치 사업을 진지하게 할 생각이라거나 그런 거 절대 아님을 밝혀둔다. (지금은 팔지않습니당ㅋㅋ)



해외 김치 가격이 궁금한 한국 주부 김언니


망손인 딸이 해외에서 김치파리피플이 되었다는 것에 황당해하는 울 어머니와 언니..

당연하다. 조지아에서 김치를 구하기 쉬웠다면, 나도 김치를 만들 생각은 정말 0.00001g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치를 내 손으로 만들고, 대부분의 한식을 자급자족하게 되어 얼떨결에 한식 마스터가 되게 된 건(잘 보자, 수동태다.) .. 몹쓸 사연이 있다. 자세한 건 지난 편에..ㅋㅋ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의 시초는.. 올여름, 트빌리시로 다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침 한가했을 때 시작되었다. 여름 배추를 사서 겉절이 김치를 담갔는데, 배추가 달달해서 특히 맛있는 거 아닌가. 그러던 중에, 트빌리시에서 두부를 만들어 파는 로컬 분께 두부를 사러 갔다가, 김치를 너무 좋아하니, 자신에게 팔 수 없냐는 부탁을 받게 된다. 내 페이스북에 전체 공개돼있던 겨울에 했던 김장 김치의 사진을 본 모양이다. 한국인의 Huge한 김장 스케일에 평소에도 자부심이 있던 나였다 ㅋㅋ




팔지는 않으니 다음번에 두부살 때 좀 가져다 주마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새로 담근 김치를 줬는데, 덥석 같이 사업을 하자는 게 아닌가. 그분은 트빌리시에서 콩나물이나 두부를 종종 파시던 분이셔서, 자신의 페이지에 김치를 홍보해 주겠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고 그냥 웃어넘겼는데,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하셨음ㅋㅋㅋㅋ 사업가의 피가 흐르는 나는 어쩐지 솔깃해버렸다. 가격을 함께 정하고, 그럼 커미션을 얼마로 할까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돈은 필요 없으니 김치로 커미션을 달라셨다. 돈 따위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다니, 그녀의 김치에 대한 애정을 얕잡아 보았다.



두부 셀러와 김치 셀러의 진지한 비즈니스 전략 미팅 현장


그렇게 페이지에 홍보 포스팅만 올렸을 뿐인데, 생각보다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 고객 중에 한국인은 아무도 없었다, 한 명의 일본인을 제외하고 나선 대부분 로컬분이나 유럽 분이셨다. 나만 몰랐던 거지, 김치의 세계화는 이미 통상적인 일이었던 거다.


그냥 2주 정도에 한 번 정도 김치를 만들어 조금씩 나눠팔자고 생각했던 나는 약간의 멘붕에 빠졌다, 재래시장에 가서 남은 배추를 쓸어오고, 김치를 담을 통을 대량으로 사고, 양념을 대야째로 만들었다. 다들 알겠지만, 김치 한번 만들고 나면 생고생을 한다.ㅋㅋㅋ 집은 엉망이 되고, 고영들은 매운 양념 때문에 옆에서 영문을 모른 채 울고 있고, 게다가 아무리 집 앞이라고 해도 배달까지 해야 했다.




사실 배추도 비싸고, 이것저것 양념 재료를 많이 사용했기에 남는 돈이 많지도 않았는데, 뭔가 K-부심이 생겨서는 주문을 꾸역꾸역 받았다. 그렇게 단기간에 김장을 대량으로 3번 정도 하고 나서, 약간 죽을 지경이 되셨닼ㅋㅋㅋ 만약 부모님의 원수가 있으면, 김치 사업을 권유해 보리라 생각했다.



이건 작년 김장 때 사진ㅋㅋ 힘들어서 사진도 못 찍어둠


급 조지아의 김치 레시피 정보를 공유해보자면,, 배추 철은 6-8월과 10-1월쯤이다. 여름철 배추는 노란 부분이 많고 달다. 숭숭 썰어서 겉절이로 담그면 아삭하니 맛있다. 겨울의 배추는 부피가 크고 실허다. 한국 배추와 달리, 속이 양배추처럼 꽉 차있다. 그치만 잘못 사면 못 먹는 줄기 부분이 가득해서 대부분을 잘라내 버려야 할 수도 있다. 김치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김치가 굉장히 빨리 묵은지가 되기 때문에 귀찮아도 조금씩 자주 해먹는 게 낫다. 나머지 재료는 쉽게 구할 수 있다. 젓갈은 없으니 피시소스로, 조미료는 치킨 스톡 한 두개면 된다.



고객님들의 무언의 압박ㅋㅋ


그렇게 초죽음 상태로 9월이 되었고 드디어 시중에 배추가 동이 났다. 배추가 떨어졌다는 핑계로ㅋㅋㅋㅋ 더 이상 김치를 팔지 않아도 된 것이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시장에서 배추를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며 우는소리하며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엔 겨울이 되고 나서 배추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엔 동네 마트에서도 배추가 나왔고, 고객들도 넌지시 압박을 줘서 ㅋㅋㅋ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조만간 미쳐버린 4차 김장을 해서 문의 오신 분들께 전부 팔고 나의 고난의 김치파리피플 생활을 화려하게 막을 내릴까 한다. 사실 지금은 나 먹을 김치도 없다 ㅋㅋㅋㅋ 혹시라도 조지아의 김치 사업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ㅋㅋㅋ 문의주시면 모든 정보를 넘겨드릴 테니 제발 저에게도 김치를 팔아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이다.ㅋㅋㅋ



힘들어도 뿌듯하긴 했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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