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밤이 되어 어둠은 빛이 되어

by Lunar G

사라진 네가 온전하기를 바라며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기 시작했다. 차마 너를 찾아 나서지 못한 채 가슴에 너를 새긴 채 들어선 곳 석등이 눈앞에 있다. 석등 앞에서 발이 멎는다. 오래전 그날이 눈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멍하니 석등을 바라보고 서서 교토에서의 시간을 불러낸다. 언젠가 너를 기다리며 들렀던 교토. 산책을 하다가 얼마 후 반딧불 축제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불과 빛이 나를 어린아이처럼 들뜨게 했다. 들뜬 마음에 반딧불 축제를 입 밖으로 뱉어내고 있자니 어쩐지 입에서 빛이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초록으로 둘러싸여 있는 낮의 교토에는 청량감이 감돌고 있었다. 녹음이 너무 짙어 빛에 감싸인 교토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반딧불과 숲과 사슴을 번갈아 중얼거리며 숲을 천천히 거닐었다. 신비로움으로 채워진 숲의 공기가 나를 품어 안았다. 숲이 이방인인 나를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던 시기였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을 붙들고 있는 데 지쳐 이제 그만하자며 들어선 일본이었다. 그는 말없이 그런 나를 초록에 감싸인 도시로 이끌어 주었다. 그리고는 눈부신 초록으로 시린 내 가슴을 매만져 주었다. 나를 둘러싼 공기가 푸른빛을 내며 내게 속삭여주었다.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빛나고 있으니 초조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숲을 채운 나뭇잎이 푸른빛의 반딧불이 되어 나를 감싸 안아주었다.

오솔길을 걸으며 시간이 지나 노란빛으로 물들어 있을 교토의 숲을 떠올렸다. 노랗고 푸른빛에 둘러싸여 지금처럼 쫓기는 듯한 마음이 아니라 여유 있게 그와 함께 언젠가 다시 이곳을 걸을 수 있을까, 그날의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는 그리고 나는 또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석등 앞에서 너를 떠올리고 서서 그때 보지 못했던 교토의 밤을 눈앞에 그려본다. 반딧불이 꽃잎처럼 흩날리고 검은 눈동자가 노란빛으로 물들고 주변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든 교토의 고요한 숲길에 접어든다. 이끼로 둘러싸인 돌과 차분하게 흘러내리는 물과 부드러운 바람. 그 사이에 그림자가 놓인다. 뒤이어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걷고 있는 두 사람의 발소리와 심장의 두근거림이 숲을 울린다. 떨리는 손가락과 두근거리는 심장과 뜨겁게 맞잡은 손이 눈물 그렁그렁한 눈동자에 맺힌다.

눈을 깜빡인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둥근 원을 만들어내고 있는 반딧불이 시야에 맺힌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신성한 빛의 동굴 속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의 눈이 별처럼 반짝거린다. 볼 위로 흐르는 눈물은 별빛이 되어 밤을 장식한다. 반딧불이 만들어내는 빛과 두 사람에게서 번지는 빛과 그 모든 것을 감싸 안고 있는 달빛. 달빛이 속삭인다.

내가 아픈 건 네가 아프기 때문이야. 나는 괜찮아, 너만 있다면. 너만 있다면 내게 아픔은 없어.

소리 없이 떨어지는 눈물이 숲을 적신다. 바람이 숲을 매만진다. 사랑이 숲에 깃든다. 그렇게 숲의 밤이 깊어간다.


Vincent van Gogh_Starry Night over the Rhone_1888.jpg Vincent van Gogh_Starry Night over the Rhone_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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