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 만든 꽃

by Lunar G

초에 불을 붙인다. 그리움으로 까맣게 타버린 가슴에 엷은 빛이 든다. 불빛이 하늘거리며 날갯짓을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불에서 너의 눈동자를 본다. 반짝이고 반짝인다. 네가 너무 눈부셔서 눈물이 날 것 같아 눈을 감아 내린다. 툭, 촛농이 떨어진다. 참았던 눈물도 덩달아 함께 떨어진다. 우는 것은 나인데 나는 하늘거리는 촛불에서 왜인지 네 눈물을 본다.

불꽃은 하늘을 향해 춤을 추고 촛농을 초를 따라 흘러내리고 눈물은 땅으로 향한다. 초를 따라 아래로 수렴하는 촛농이 네 눈물이라도 되는 듯 나도 모르게 초로 손을 뻗는다. 눈물은 하염없이 흐르는데 내민 손은 초에 닿지 못한다. 촛불이 만들어내는 춤이 너무 슬픈 까닭이고 그 춤이 빚어내는 빛이 시리도록 찬란하기 때문이다.

촛불을 앞에 두고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림자가 새가 되어 나타난다. 초 위에 새가 새겨진다. 새의 날개에 마음을 실어 그에게 띄운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바람이 손등을 지나간다. 눈을 감으며 손등에 입술을 덧댄다. 눈물이 손등을 적신다.

손등에 스민 빛이 입술을 간질인다. 그 빛에 둘러싸여 그대로 시간이 멎기를 기도한다. 무사히 회복하여 돌아오기를. 바람이 부드럽게 눈을 매만진다. 눈꺼풀이 위로 들어 올려진다. 녹아내린 촛농과 하얀 뜨거움 속에 피어나고 있는 흰 꽃과 노란 불꽃. 두 자루 초가 피워낸 하얗고 노란 꽃이 눈꽃이 되어 눈을 채워온다.

만발한 눈꽃 속에 그가 전해온 편지가 담겨 있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다. 손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받아낸다. 손에 닿은 눈물이 투명한 글귀가 되어 가슴에 새겨진다. 초에서 로즈메리 향이 번져온다. 로즈메리 꽃의 꽃말을 읊조린다.


이 사랑은 변치 않을 것이다.


Johannes Rosierse_A Young Girl By Candlelight.jpg Johannes Rosierse_A Young Girl By Candlelight


이전 06화무사해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