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이라는 함정

by 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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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8일 9:00am



'레이디 두아'를 보며 그녀는 마케팅의 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기냐 아니냐의 구분은 둘째치고 '희소성'에 뿌리를 둔 그녀의 전략은 정확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녀는 고객을 버릴수록 브랜드의 가치는 올라간다고 이야기한다. 줄을 세우고, 고객을 골라서 판매를 하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이미지 그 자체를 가치로 만든다.


글을 쓰며 이해하기 쉽게 '가치'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증폭시킨 허상이 우리가 소위 말하는 명품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명품이라는 단어도 유독 한국에서 고가 사치품을 의미하며 왜곡된 인식을 강화시킨다. 타인과 차별적으로 우월적인 존재로 보이고 싶다는 욕망, 비싼 물건을 구매하고 사용함으로써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착각, 그리고 그런 심리를 정확히 파고드는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 이 삼박자가 철옹성 같은 명품 시장을 떠받들고 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명품의 원가는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가격의 반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소비자가격은 요소가 반영되어 책정되는 것일까. 고가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근사한 매장을 짓고, 상위 고객에게 집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광고를 하는 등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방면에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사용되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의 돈을 활용해서 브랜드는 희소성을 유지하고 또다시 소비자는 그 희소성을 구매하기 위해 소비하는 순환출자 구조가 완성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배 구조에서 우리는 브랜드에 지배당하고 소위 말하는 명품 브랜드는 점점 더 부자가 되고 소비자는 더욱 가난해진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도 다수의 사람들이 명품을 사기 위해 시간과 자유라는 가치를 사치품과 등가교환한다. 감히 사치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스스로 평가 절하하여 자신에게 유한한 가치를 팔아넘긴다. 왜 시간과 자유를 버리는 행위라고 표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가.


우리는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다. 금융소득자도 마찬가지로 시간을 보내지 않고는 소득을 창출할 수 없으니 우리의 모든 소득은 시간과 교환된 가치이다. 우리는 시간과 교환하여 얻은 가치로 저축을 하고 투자를 통해 미래의 자유를 선 구매한다. 즉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사치품을 구매하면 2개월치 월급과 그 돈이 창출할 수 있었던 금융 소득만큼을 더 벌기 위해 더 오래 일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치품의 구매는 시간과 자유를 허비하게 되는 행위이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나는 부자로 보이고 싶은가 부자가 되고 싶은가. 마케팅에 노예가 되어 명품이라는 가옥에서 살고 싶은가 유한한 시간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풍요롭게 살고 싶은가. 진정으로 나를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 명품은 추구 가치 리스트 마지막 순서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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