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ufman의 5A 모델로 보는 창의성의 성장
지난 글에서 우리는 창의성을 두 가지로 구분해 보았다.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혁신인 Big-C 창의성과 일상 속에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little-c 창의성이다. 이 구분은 중요한 질문 하나를 남긴다.
창의성 연구자 James C. Kaufman과 교육 심리학자 Ronald A. Beghetto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창의성을 개인의 능력만으로 설명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창의성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작은 창의성은 어떻게 더 큰 창의성으로 발전할까? 창의성의 4P에서 더 나아가 다섯 가지 요소로 나누어 설명하는 모델을 살펴보고자 한다.
5A는 Actor, Action, Artifact, Audience, 그리고 Affordances를 지칭하는 창의성의 성장 모델이다.
첫 번째는 Actor다. 창의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재능이나 지식, 경험 같은 개인의 능력이 포함된다. 하지만 Actor만으로는 창의성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창의성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두 번째 요소가 등장한다. Action이다. 창의성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서 시작된다. 아이디어를 실제로 시도해 보고, 실험하고,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은 업무 방식의 변화나 새로운 접근 방식 역시 모두 Action의 일부다.
세 번째는 Artifact다. 창의적 행동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글, 디자인, 아이디어 문서, 새로운 업무 방식, 제품 등 형태는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창의성은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순간, 갑자기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네 번째 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Audience다. 창의성의 결과물을 평가하는 사람들이다. 동료일 수도 있고 사용자일 수도 있고 사회 전체일 수도 있다. 어떤 아이디어가 창의적인지 아닌지는 결국 다른 사람들의 해석과 평가 속에서 결정된다. 같은 아이디어라도 어떤 환경에서는 혁신이 되지만 다른 환경에서는 평범한 생각으로 남을 수도 있다.
마지막 요소는 Affordances이다. 조금 낯선 개념이지만 쉽게 말하면 환경이 제공하는 가능성이다. 조직 문화, 자원, 시간, 기술, 협력 관계 같은 것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어떤 환경은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고 어떤 환경은 실패를 두려워하게 만든다. 이 차이는 창의성이 나타나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준다.
이 다섯 가지 요소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해 보자. 창의성을 하나의 아이디어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훨씬 쉬워진다.
어떤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 사람이 바로 Actor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머릿속에만 머무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시도해 본다. 이것이 Action이다. 그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문서일 수도 있고, 새로운 업무 방식일 수도 있고, 디자인이나 글일 수도 있다. 이것이 Artifact다.
하지만 창의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결과물을 누군가가 보고 평가하게 된다. 동료, 사용자, 혹은 사회가 그 결과물을 받아들이거나 무시할 수 있다. 이것이 Audience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Affordances, 즉 환경이다. 어떤 조직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고 어떤 조직에서는 실패를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환경은 아이디어가 계속 발전할지 아니면 사라질지를 결정한다.
이렇게 보면 창의성은 한 사람의 재능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 행동, 결과물, 평가, 환경이 연결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모델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보인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이 다섯 단계를 모두 지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단계, 즉 Actor에서 멈춘다. 또 어떤 사람들은 시도까지는 하지만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고 Action에서 멈춘다.
특정 아이디어는 결과물까지 만들어지지만 다른 사람에게 공유되지 않아 Artifact 단계에서 사라진다. 결국 창의성이 성장하려면 아이디어가 이 다섯 단계를 계속 통과해야 한다.
이 모델은 단순히 창의성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어떠한 아이디어를 점검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1. 나는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시도해 보았는가? (Action)
많은 아이디어는 실행되지 않아서 사라진다. 작은 실험이라도 좋다. 창의성은 행동을 통해서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2. 이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었는가? (Artifact)
머릿속의 생각은 쉽게 잊힌다. 문서, 스케치, 프로토타입처럼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면 아이디어는 훨씬 오래 살아남는다.
3. 누군가에게 보여주었는가? (Audience)
아이디어는 공유되는 순간부터 발전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피드백은 생각을 확장시키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열어 준다.
이 질문들은 거대한 혁신을 만들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작은 아이디어가 사라지지 않도록 돕는 질문이다.
Kaufman의 5A 모델이 중요한 이유는 창의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창의성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창의성은 그보다 훨씬 긴 과정이다.
이 다섯 가지 요소를 함께 보면 창의성은 더 이상 개인의 재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창의성은 사람, 행동, 결과물, 평가, 그리고 환경이 서로 연결되면서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관점은 우리가 창의성을 바라보는 방식도 바꾼다.
그래서 창의성은 갑자기 등장하는 천재적 순간이라기보다 작은 시도들이 이어지는 과정에 가깝다. 그리고 그 시작은 대부분 우리가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little-c 창의성이다.
일상 속 작은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해 보는 경험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한 문제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창의성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능력이 아니라 경험과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 창의적 결과물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그리고 왜 어떤 아이디어는 인정받고 어떤 아이디어는 사라지는지 조금 더 구조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창의성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가 속한 환경과 그 환경이 무엇을 가치 있게 보는지가 창의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