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김 친구로 되어 있던 그에게 어느 날 뜬금없는 연락이 왔다. 모바일 교환권을 보내준다. "선물을 좀 많이 받아서 나눠 주는 거야. 요새도 잘 지내지?", "어, 그냥 똑같지 뭐." 그 뒤로는 별다른 말이 없다. 이제는 친구라고 하기에는 아는 사람일 뿐인 그의 프로필을 눌러본다. 결혼이라도 했나. 웨딩드레스를 입은 스튜디오 사진 속 그는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다.
얼마 뒤 늦은 밤 문득 그가 떠올랐다. 다시 숨김 친구로 들어가 그의 프로필을 눌러본다. 같은 웨딩드레스를 입었지만 이번에는 스튜디오가 아닌 결혼식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 사이에 결혼을 했나 보네. 아마도 그는 안부인사를 하며 결혼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었나 보다. 함께 친하게 지냈던 아주 오래전 기억들이 마음속을 쓱 걸어간다. 저 멀리 걸어가 버린 뒤 아주 작아진 그 모습을 보자니 더는 생각하기 싫어져 뒤로 가기 버튼만 두세 번 누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