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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다 Oct 12. 2021

나의중동여행기40_홀로 떠난 이집트

긴장이 두 배

암만 떠나는 길

오후6시45분 이륙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기상 악화로 오후8시가 다 돼서야 떴다. 아빠가 떠나고  혼자 남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이상해져 괜히 친구에게 카톡도 보내보고 SNS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요르단 암만에서 이집트 카이로까진 비행기로 약 1시간 반 만이면 가지만 짐을 찾고 비자까지 사고 나니 오후11시(이집트 시간으론 오후10시)가 지나 있었다. 이집트는 공항에 도착해서 25달러를 내면 여행비자를 그 자리에서 내 준다. 심한 얼굴의 이집트인이 창구에 앉아 내 여권에 쾅!하고 뭔가를 찍어서 돌려주었다.


밖으로 나와 가이드 미스터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승객을 기다리는 일행 중에 가장 잘 빼 입고서 내 이름을 쓴 커다란 종이를 들고 있었다. 머리가 희게 셌지만 얼굴은 40대 정도로 보였다.  "미스터지! 히얼!" 내가 손을 흔들자 그도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이집트에 가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가이드에게 연락하는 것이었다. 이집트는 요르단, 이스라엘과 견줘 치안이 훨씬 좋지 않고 국민 소득 수준도 낮다. 외국인 여성이 혼자 다녔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당연히 도보 여행은 불가다.


이전에 이집트에 수개월 체류했던 언니가 가이드를 연결해 주면서 무조건 그하고만  다니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에 나도 이집트에 머무는 사흘 동안은 그에게 찰싹 붙어있어야 했다.


미스터지는 꽤 싹싹한 편이었다. 이집트에 잘 왔다, 여기는 놀 거리가 많고 내가 너를 잘 모실(serve) 것이다, 나는 여성 관광객들 가이드를 자주 했다 그런 얘기를 했다. 말끝마다 "유 아 마이 퀸!"(대충 내가 중요한 고객이라는 뜻)을 붙이는 게 편하진 않았지만 늦은 밤 일면식도 없는 택시기사를 따라가는 것보단 훨씬 나은 선택지였다.


미스터지는 지난 밤에 예약한 숙소에 나를 내려주었다. 사이트 이름만 봐서는 호텔이었는데 들어가니 너무나 허름한 여관방이었다. 요르단에서 욕하면서 지낸 사바아호텔은 여기에 비하면 4성급쯤 될 것 같았다.


숙소는 처음 사이트에서 봤던 사진과 달리 방이 엄청나게 낡았고, 침대는 나무 합판을 놨는지 심하게 딱딱했다. 침대에 얹은 이불도 언제 빨았는지 누렇게 때가 져 찝찝했다. 방문도 실내 문고리가 달려 있어서 객실이라기보단 커다란 집에 딸린 방 가운데 하나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방이 심하게 추웠다. 아무리 이집트라도 한겨울이었다. 결국 침대 안에 외투를 그대로 입고 올라가 잠을 청했다.

숙소는 다음날 미스터지가 추천해 준 곳으로 바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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