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질문을 듣고 생각나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고 내 대답은 고민도 없이 예쓰다.
주변 지인들이 오빠와의 결혼을 왜 결심했는지 물어볼 때면 이 사람 옆에 있을 때의 내 모습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이 대답은 함께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유효하다. 난 오빠랑 있을 때 가장 나답고 그래서 가장 자유롭다.
항상 그랬던 것만은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올 때면 많이 흔들렸다. 아무리 설명해도 날 이해해주지 못할 때는 많이 외롭기도 했다. 이건 오빠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래도 우리는 피하지 않고 각자의 감정을 실컷 쏟아 냈고 어찌 됐건 들어보려고 했고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구석이 있어도 마지막엔 서로 안아주고 토닥여주었다. 열심히 싸우고 잘 화해하는 건 우리가 지금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이다.
가끔씩 오래전 사진을 같이 볼 때면 우리도 나이를 먹긴 먹는구나 체감한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게 무섭다 칭얼대는 나한테 ‘난 너랑 나이 들어가는 게 좋은데’라고 이야기해 주는 오빠. 함께 하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생각하니 나이 들어가는 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겠다 싶다. 쓸데없는 걱정도 많고 조급한 내 곁에 긍정적이고 웃음 많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가끔씩 미울 때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순간 나를 좋은 쪽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이 평생 함께 할 사람이라니. 좀 더 용기를 갖고 살아봐도 되겠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