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던 어느 가을날. 나는 미술학원이 끝나고 집에 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달려오던 자동차에 치여 기절했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다리가 부러지고 온몸에 타박상을 입어 1년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2학년은 거의 학교를 못 다녔고, 초등학교 3~4학년은 목발을 짚고 학교를 다녔다. 덕분에 체육시간에는 늘 열외였는데, 이후로도 운동을 쭉 하지 않았기에 운동신경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고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난 늘 체육시간이 괴로웠다.
남들은 축구한다고 공 차며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시간, 나는 벤치에 앉아 멍때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로도 축구나 야구 등 남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운동 종목은 웬만하면 피했다. 직장인이 되서도 워낙 운동신경이 없었기에 사내 체육대회에서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운동을 통한 경쟁은 늘 자신이 없었고 그나마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혼자 즐길 수 있는 헬스나 크로스핏 같은 개인 운동은 할만했다. 타인과 비교를 하는 게 아니라 어제의나와오늘의나. 내 스스로를 비교하는 운동이었기에 부담이 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워낙 운동신경이 없던 탓에 남들을 따라 하다가 부상을 당하기가 일 수였고, 운동을 하고 나면 개운하다기보다는 몸이 아팠다. 특히나 나이가 40이 가까워지니 예전과 같은 회복력도 없어 한번 하고 나면 2~3일씩 앓게 되는 날을 반복했다.
그런 내가 요즘 빠져있는 운동이 바로 요가다. 일단 남들과 경쟁하지 않고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개인 운동이라는 점에서 만족했다. 더불어 크로스핏이나 헬스처럼 무게를 올려 나를 혹사시키는 게 아니라 나의 몸과 대화를 나누며 움직임을 통해 나를 발견한다는 점이 너무 좋다.
워낙 운동신경이 없어 뻣뻣하고 잘 되지 않는 요가 동작들이지만 하나둘씩 따라 하다 보면 점점 근육이 열리고, 몸이 열리며, 마지막에 나에 대한 마음이 열린다.
만약 지금 삶이 괴롭다면, 정신적으로 힘들다면, 혹시나 내가 잘 사는건지 하는 나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 요가를 해보라 권하고 싶다. 몸매를 위해서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정말 나를 위해서. 요가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