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gwave Mar 09. 2020

남자, 요가 수업을 들었다.

출근길 JOB 생각 .50

요가 첫 수업을 듣던 날. 점심시간으로 시간을 예약해놨기에 오전 내내 떨리는 시간을 보냈다. 설레는 마음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혹시라도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낯선 환경으로 나를 내던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예습한다고 유튜브로 남자 요가에 대해서 학습을 하고 갔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칼같이 뛰어갔다. 첫 수업부터 늦기 싫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괜히 늦어서 강사님께 찍히기라도 한다면 큰일 난다고 생각했다.


간신히 수업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문제는 내가 옷을 안 갈아입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바로 나왔기에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다. 요가 수업은 시작되고 따로 남성 탈의실이 없었기에 나는 천으로 막혀있는 화장실 입구에서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숨이 막혔다. 그 화장실 입구는 요가 강의실 정면에 있었고 요가 수업은 고요했으며 오로지 드리는 것은 회원들의 숨소리와 강사님의 말소리뿐이었다. 그 고요한 적막 속에서 천을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나는 최대한 소리가 안 나게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문제는 지금이 겨울이라는 것이다. 파카 벗는 소리부터 안에 겉옷 벗는 것, 그리고 혁대 소리까지 덜그럭 덜그럭... 계속 소리가 났다. 민망하고 죄송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어찌어찌 옷을 갈아입고 수업에 참여했는데  남자 회원은 나뿐이었다. 다들 잘 따라 하는데 긴장한 탓인지 얼굴에 계속 땀이 났다. 그리고 너무 힘들었다. 아니 요가가 이렇게나 힘든 운동이었나? 진짜 팔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내 몸을 내가 지탱해야 하는데 너무 무거웠다.


유연성은 둘째치고 무거운 몸뚱이가 정말 후회되는 시간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이어트라도 하는 건데... 후회가 밀려왔다.


수업이 중반부에 접어들자 이미 내 얼굴은 땀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어서 빨리 수업이 끝나기 만을 간절히 기도하며 요가 동작을 따라 했다. 그렇게 하루 같던 한 시간이 겨우 끝나고 나는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지만 요가를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