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JOB 생각 .21
집 밖에서는 말이 없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였으나 엄마에게는 어린시절부터 무슨 이야기든 털어놓는 수다쟁이였다. 하교길에 삥뜯긴 이야기 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 직장에 입사한 후에는 회사 일의 고됨을 풀어내곤 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나는 기분 좋은 말보다는 부모로써 걱정할 만한 소재를 주로 대화에 실어냈다.
그렇게 나는 엄마에게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을 털어 놓았고 그녀는 아들의 가시돋힌 말을 그저 묵묵히 듣기만 하셨다. 나의 불만이 폭발한 날이면 새벽에 울며 기도 하시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본인이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힘든 마음을 버틸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금에는 아내에게 똑같은 말투와 억양으로 이야기 한다. 어머니의 기도처럼 그녀에게 무엇인가 무의식적으로 바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내는 엄마가 아니다. 계속되는 나의 불만이 부담으로 느껴질 터였다. 회사에 대한 내 불만은 가정의 생계가 달린 문제로 그녀에게 비쳐졌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내 걱정은 우리 아이의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였다.
초반 한동안 직장생활에 관한 나의 불만을 받아 주던 그녀도 결국 몇개월의 지속된 부정적인 대화에 화가 났던 모양이다. 더이상 못 듣겠다고. 왜 항상 본인은 이렇게 걱정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되물었다. 그녀에게는 나의 불만과 불안이 위협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나는 나의 상황에 대한 부조리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없이 불만만 키우고 이를 가장 가까운 이에게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내 생각과 태도를 바꿔야 하는데 변화는 커녕 말로만 떠들었다.
변화가 필요하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이가 되었다. 더불어 아내는 남편과 함께 걷는 동행자이지 어리광을 받아주는 엄마가 아니다. 그녀는 감싸줘야 할 사람이지 내 불만을 쏟아내는 존재가 아니다. 회사에 대한 불만, 그 부정적인 감정을 굳이 가정에 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