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JOB 생각 .23
글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를 낳고 기른 다는 것은 축복이자 경이로운 일임을 미리 밝혀둔다.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사랑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을 느끼며 내 아들, 딸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나 이 행복만을 느끼기에는 사회적으로 답답한 부분이 있어서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혼해서 즐거운 신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아기 소식은 없냐는 압박이 들어왔다. 와이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아이에 대한 부담감은 너무나도 컸다. 그렇게 신혼생활 세달이 되었을 무렵 아기가 생겼다. 10개월 뒤 우리는 첫째를 낳았고 육아를 시작했다.
첫째를 키우면서 육아에 대한 부담과 아이에게서 얻는 기쁨이 교차할 무렵 혼자 크면 외로우니 둘째를 낳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왕 키울꺼면 빨리 낳아서 키우라는 이야기와 함께. 아내와 나는 그들의 기대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선배들이시니 그게 맞는 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감당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우리부부는 맞벌이다. 가진거 없이 대출받아 월세집 하나 마련하고 시작한 결혼생활에 둘다 벌지 않으면 이자갚기도 힘든 상황이니 우리는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했다. (아직도 대한민국 기업문화에서는 육아휴직은 퇴사를 의미하며 한다고 한들 생활비 부담이 크다.)
그래서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두 아이를 장모님이 홀로 봐주신다.(결혼 전에 우리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러나 연세 많으신 장모님께서 홀로 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많은 부담이 있었다. 개인택시를 하시며 생계를 이어가시는 장인어른께서 일을 포기하며 육아를 도와주실 때도 있지만 운행을 안하면 하루 수익이 없는 택시영업의 특성상 이 또한 한계가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이 우리부부에게 영향을 준다. 회사생활의 고됨과 육아에 대한 고민이 겹쳐지며 서로를 탓하게 되고 감정섞인 목소리가 오고 간다. 부부 간에 짜증이 늘었고 대화는 줄었다. 웃는 날보다 화내는 날이 더 많아졌다. 육아에 대한 즐거움보다 고통이 더 커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애 낳으라고 광고가 나오는 걸 보면 한숨이 나온다. 우리가 겪는 고통을 다른 이들에게 까지 종용하는 구나 하는 안타까움이다.
집 값이 비싸 직장이 있는 서울에서 집 구하는 일은 엄두도 안난다. 경기도권에 겨우 월세집을 구해 살지만 출퇴근 시간만 왕복 3시간이 걸리고 아침일찍 출근해 야근하며 못다한 업무로 주말까지 일해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애 키우는 일은 정말 힘들다. 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는 마음에 짐이요, 부모로서도 자식으로서도 정말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한 두번 드는게 아니다.
제발. 대신 키워줄게 아니라면 농담이라도 애 낳으라는 이야기는 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