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점 짜리 인생

출근길 JOB 생각 .27

by Bigwave

올해 승진을 앞둔 아내는 일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뛰어나다. 그리고 동료애가 좋아 단결력 또한 남다르다. 그런 그녀가 갑짝스럽게 회식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필 그날은 내가 밤새 당직 근무를 서는 날이였다.

집에는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세 살 아들과 이제 막 걷기 시작한 한 살 딸내미를 장모님이 봐주고 계셨다. 사위는 당직이라며 딸은 회식이라며 애들만 맡기고 밤 늦게 까지 들어오지 않자 장모님은 참다 참다 폭발하셨다.

이에 당직 서고 있는 새벽에 아내는 본인 탓이라며 자책 섞인 카톡을 보내왔다.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역할을 본인이 잘 하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였다. 여기에 회사에서의 역할에 대한 부담감도 섞여 있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자식으로서의 역할에 힘겨울 때가 많다. 역할에 따라 요구되는 행동이 겹치는 부분에서 결국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가장으로서 돈벌이를 위해 회사에 충성을 다해 야근을 하면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놓치게 되고, 아버지로서 자식들만 챙기다 보면 아들로서의 의무를 챙기지 못한다.


자식으로서의 역할, 부모로서의 역할, 남편으로서의 역할, 직원으로서의 역할.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안에서 우리는 또 자책을 하고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우리는 죄가 없다. 단지 죄가 있다면 열심히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며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 것 뿐이다. 집에서, 직장에서 맡은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다만 모든 역할에 다 100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100점이 되려고 몰입하다보면 결국 0점이 되는 상관관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100점이 되지 못 한 것에, 0점으로 낙인 찍힌 것에 고민하고 괴로워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모든 역할에서 80점을 목표로 한다. 100점짜리로 인정되는 최고의 부모 최고의 남편 최고의 자식 최고의 직원은 되지 못할지라도 좋은 부모 좋은 남편 좋은 아들 좋은 직원은 되기에는 80점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삶의 역할에 있어서 어느 하나의 위치에 몰입되어 다수를 놓치지 말고, 100점을 위해서 0점이 되지 말자. 그저 80점. 모든 역할에 80점 정도만 맞으면 되는 것이다.


그게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위로의 말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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