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커피 문화는 어디를 향해 부유하는가?
카페 위주의 공간 문화에서 커피 음료에 초점을 맞춘 식음료 문화로의 성숙이 가속화 되는 시장 재편의 징후
저가커피에 대한 주목과 편의점 커피에 대한 이례적인 관심 증대.
이는 소비자들이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찾는 트렌드에서 한발 더 나가 "음료로서의 커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편의점 커피 수요 증대는 곧 커피 음용 빈도의 증가와 음용 시간대의 변화와 같은 맥락하에 놓여 있는 셈이고 그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의미는 꽤나 크다. 이는 곧 커피 시장의 증가와 성숙에 대한 의미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하루에 마셔야 할 커피가 늘어간다는 것은 지출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하루 두어잔 이상 사 마실 커피에 대한 암묵적인 심리적 가격 한계 형성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콤한단 믹스 커피를 마시던 소비자의 입맛은 카페 문화의 토대 위에 아메리카노에 대한 거부감을 지워냈다.
이는 원두 커피에 대한 관심과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이고 대형 식료품 유통매장에서 인스턴트 커피 판매량 감소에서도 뚜렷히 발견되는 징후이기도 하다.
소비자들도 이제 편의점에 그간 수많이 깔린 RTD 커피 음료들 사이에서도 특히 원두 커피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대중들의 입맛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커피 시장의 입장에선 분명 반길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는 곧 소비자들이 커피에 대한 소비 금액과 커피 퀄리티에 대한 합리적 타당성을 기존보다 치밀하게 견주게 될 것이란 걸 의미한다.
모든 재화들이 그렇듯, 수요와 공급은 시장의 규모가 커져갈 수록 차츰 안정화 되는데, 이러한 안정성은 곧 "높은 상품성"과 "낮은 가격간"의 치열한 줄타기 위에 구축된다. 소비자들은 꽤나 냉정해서 그저 많은 선택지 위에서 자신에게 보다 나은 "타당성"을 몇가지 고를 뿐이다.
그간의 커피 가격들이 카페라는 문화 공간이 주는 커피 외적인 가치를 포함하며 적절 가격대를 형성했다면 앞으로는 순수한 커피 한잔의 음료가 가지는 적절한 가격대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해지리라 예상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커피 커뮤니티들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커피 가격에 대한 논쟁들 대부분은 "커피라는 음료 한잔에 대한 재료적 측면의 원가 분석" 과 "커피 가격이 현재의 수준에 멈춰있어야 하는 당위성" 사이의 충돌로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이 논쟁을 살펴보자면, 그 속에는 실은 커피 시장의 특수성에 기인한 비논리가 잠재되어 있다.
실제로 커피 직군 종사자들은 "카페"를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커피 한잔"에 포함시키는 경향이 있고, 이는 한국의 커피 문화가 그간 "커피" 보다는 "카페 공간"에 치중되어 있는 비정상적인 형태를 띄어 온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카페는 대부분 사람들이 커피를 핑계로 만남을 유지하는 공간이었고,카페의 유지 비용은 대부분 한국의 특수한 부동산 구조로 인한 기이한 임대료에 할애되는 경향이 크다.
카페에서 커피를 소비하는 층의 대부분은 퇴근 후 시간이나, 휴일 일부를 할애하여 "커피를 마시는 것" 보다는 지인들과 "카페에서 시간을 소비" 하는데 사용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에 커피 가격은 실은 공간 사용료로서 인식이 꽤나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는 곧 "카페"에서 "커피"를 주력으로 판매하는데 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 커피는 "주류" 처럼 퇴근 후가 어울릴 음료가 아닐 뿐더러 마실 수 있는 분량 역시 한정적이다. 북미, 호주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에서 카페들의 폐장 시간과 한국의 카페 마감 시간을 비교해본다면 더욱 더 뚜렷한 차이가 발생한다.
결국 현재의 한국식 "카페 문화"는 현실적으로 카페들이 "커피"를 팔기에는 제약사항이 많다. 이는 그간 카페들이 생존을 위해 객단가를 높이는 커피 이외의 음료와 비음료류 더 초점을 맞추게 만들었고, 소비 문화의 패턴에 따라 유지되었던 독특한 한국의 카페 Open & Close 시간은 바리스타들의 직업을 더욱더 고되게 만들었으며 바리스타와 고객 서비스에 재투자되어야 할 카페의 마진은 공간 비용에 비정상적인 투입이 되어 카페의 발목을 잡았다.
소비자들은 항상 그랬듯이 좋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원하며 좋은 상품성에 대한 딱 합리적일 만큼의 값어치를 지불한다. 실제로 카페에서 공간을 즐기던 문화가 커피 자체를 즐기는 문화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은 크게 환영할 상황이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적절한 가격과 품질의 커피 문화의 영역이 새로이 자리를 잡을 것이고, 공간을 판매하는 대부분의 카페들은 이러한 변화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새로이 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커피 소비의 문화 양상의 변화는 머잖아 한층 더 내실있고 성숙된 커피 문화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아침형 커피 문화같은.. 여튼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형태로 자연스런 시장과 산업의 흐름을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커피를 좋아하는 소비자로서는, 그저 아침 일찍 출근길 직장에 좋은 커피 한잔을 테이크 아웃 해 갈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제일 이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