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드 Feb 18. 2020

어렸을 때 배우길 잘한 습관 3가지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주말 내내 본가에서 쉬었다. 혼자 지내다가 간만에 엄마, 아빠, 할머니랑 지내보니 내가 가진 습관들 상당수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거라는 걸 깨달았다. 새삼스레! 


그중, 몸에 잘 배서 지금까지도 무의식적으로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는 습관 세 가지를 뽑아보았다.



1. 독서

엄마 피셜, 나는 어렸을 때부터 노상 책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 시간을 내서 봤고 시간이 없어도 봤다. 밥 먹을 때도 보고 자라고 했는데도 이불속에 숨어서 봐서 어렸을 때부터 눈이 나빴다. 걸으면서 책을 보다가 전봇대에 부딪힌 적도 많고 교과서 안에 책을 숨겨서 교과서를 세워놓고 책을 보다 빼앗긴 적도 있다. 이렇게 책을 가까이한 덕분에, 뭐든 모르는 분야를 공부할 때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쭉 훑어보고 정리가 잘 돼있는 걸 골라서 한 권을 천천히 뽀개는 습관이 생겼다.


해외여행 때도 컨셉은 독립서점 투어! (2018년 뉴욕에서)


책은 요즘도 내게 가장 좋은 취미이자 친구이자 선생님이다. 덕분에 지식을 보다 많이, 빠르게 배운다. 영상 대비 책은 읽기가 빠르고, 원하는 부분만 골라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직업을 갖고 밥벌이를 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고 있는 습관을 고르라면 역시 책 읽기인 것 같다. 너무 많이 읽어서 이전에 읽은 것을 금방 까먹어버리는 건 또 하나의 문제긴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졸면서도 책을 읽었다. 엄마는 늘 책을 쓰고 싶어 했다. 애 셋 키우느라 바빠서 책을 도통 못 읽었는데, 이제는 읽으려고 해도 손에 잘 안 잡힌다면 속상해한다. 엄마가 그렇게 책을 좋아했다. 



2. 집밥 선호 사상+건강한 입맛


아빠가 완전 옛날 사람이(었)다. 우리 엄마는 결혼 전에 사업가였는데, 아빠가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맞아줄 사람이 있어야지, 애들한테는 엄마가 있어야 해." 하면서 엄마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시어머니를 모시는 큰 며느리. 덕분에(?) 아침과 점심, 저녁을 나는 늘 집밥으로 먹었다.


이런_느낌_01.jpg


혼자 사는 자취생인 지금도 배달앱에 쓰는 돈이 거의 없다. 시켜먹은 경험이 거의 없어서다. 치킨이 치느님이라고? 글쎄. 가끔 친구들과 외식할 때 먹는 치킨은 맛있지만 혼자 굳이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먹을 정도는 아니다. 과음한 다음날 요리할 기력이 없어서 해장용 찌개 같은 걸 시켜먹어 본 적은 있지만, 정말 그게 다다. 나는 바깥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입맛을 가졌다.


이런_느낌_02.jpg


곰국에 소금을 넣지 않았던 아빠, 매일매일 산처럼 야채와 구황작물(고구마, 감자..)을 먹었던 엄마, 나물 요리를 기가 막히게 하셨던 할머니 덕분에 오늘도 내 입맛을 아재 아재 바라 아재. 엄마랑 아빠가 10년씩 젊어보일 정도로 동안에 피부가 정말 좋으니까, 같은 식습관을 가진 나도 오래오래 피부와 젊음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샐러드, 나물, 건강한 한식 ♥️   



3. 소비 절제

우리 집 가난하지 않다. 오히려 중산-상층에 가까운 거 같다. 아빠가 대기업 임원을 지내셨고 연봉이 그 시절에 억대가 훌쩍 넘었으니까. 그런데, 친구들이 아무도 몰랐다. 나와 동생들, 엄마, 아빠의 차림새(?)나 소비습관 같은 게 좀 그랬다. 대기업 임원 사모님 모임에서 모두가 명품백을 들고 나올 때 엄마는 예외였다. 나는 대학 입학 후 친구들이 백화점에서 옷을 사는 게 큰 충격이었다. 내가 내 돈으로 백화점을 가서 옷을 사는 일은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없었다. 옷 한 벌에 그 돈을 쓰는 버릇이 없었다.


브랜드 일을 하면서는 이게 상당히 콤플렉스였다. 나는 가성비 대신 '브랜드'를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3천 원짜리 팬톤 샴푸 대신 2만 원짜리 러쉬 샴푸바로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와인이나 LP를 컬렉션으로 모으며 취향 소비를 하고, "Think Different"한 잡스 형님 때문에 3백만 원이 넘는 맥북 프로를 사는 사람들 틈새에서 나는 쓸쓸하고 외로웠다. 취향도 철학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올해로 나이 서른을 먹고 직장인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5년 차가 되었다. 그간 엄마 아빠의 엄청난 절제력에서 나는 한발 멀어졌고 이제 좋은 거 먹고 좋은 데 가는 데 쓰는 법을 배웠다. 그렇지만 내 몸은 소비의 룰을 기억하고 있다. 용돈에서 십일조 떼던 습관처럼 월급을 받으면 먼저 저축액을 뗀다. 덕분에 여행이나 데이트처럼 할 거 적당히 다 하면서도 모은 돈이, 주변 5년 차와 비교했을 땐 그래도 꽤 많은 편. 여전히 가끔은 턱턱 쓰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소비를 줄이지 못해 이런저런 '론'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감사한 습관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많이 바뀌어서, 우리 미국 서부여행도 갔다 왔다! 2017년의 3 pieces.



독서 습관이나 입맛, 소비습관은 정말 '몸에 배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몸으로 익힌 그 습관은 평생 가지 싶다. 내가 배운 좋은 습관은 3개보다 훨씬 많지만, 그럼 너무 글이 길어지니까. 다음에 '어렸을 때 배운 좋은 스킬' 같은 글을 써보기로.



매거진의 이전글 마라톤 10km를 처음으로 완주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