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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고있는땅콩 Mar 08. 2021

나무를 키우는 까닭

옥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다 그만,

나무의 정수리를 보고 말았습니다.


한 번 챙겨본 적이 없던 그 풍경을

이제야 깨치게 되었습니다.


뜨거운 볕이나 갑작스러운 비를 막아주는 건

잎사귀의 윗면이었는데

하늘을 그냥 두고 살 듯

가족처럼 무심했습니다.


가릴 것도 없는 날에

다시 나무 밑에 서 보니

정수리와는 참 다른, 연한 살갗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맹인이었던 것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으로 눈이 먼 것인지

당신으로 눈을 뜬 것인지

시선을 가지지 않은 사람처럼

무심했습니다.


지상엔 아직 봐야만 하는 것들이 남아있고

눈 앞에 당신이 없으니

이제부턴 나무를 키워봐야겠습니다.





[사진 : 플리트비체, 크로아티아 / 비엔나, 오스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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