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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 Nov 17. 2019

쫄보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쭈욱

생각지도 못한 인연들을 기대하며

여행은 원래 계획대로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하지만 첫 여행지 러시아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사다난했.

때로는 스스로 가둔 틀로, 때로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들쭉날쭉하는 마음들을 붙잡느라 애를 먹었다.


하지만 계획할 수도 었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연들을 만난 덕분에 나는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다.

혼자 떠난 여행이지만 혼자가 아니었고, 틀 깨러 홀로 떠난 여행이지만 혼자 깬 틀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나. 첫 횡단 열차에서 영과 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서툰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여행 내내 애썼을지도 모른다.


. 헝가리에서 온 부부 애니와 발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언어의 장벽을 탓하며 여행 내내 외국인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롤링스톤즈 호스텔 식구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낯선 곳에서도 집처럼 편한 곳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평생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예카테린부르크 병원 식구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 몸을 끔찍이도 아끼던 나는 갈비뼈가 부러진 것에 좌절하여 한국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크고 작은 틀은 스스로 힘을 주고 깨려 했을 때가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인연들을 만났을 때 어느 순간 자연스레 금이 가 있었다. 그 틈새로 나는 숨을 쉬고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지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쫄보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은 기대되는 일이 아닌 겁나는 일이라서, 미안하지만 삐삐의 말이 헛소리로 들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기대 찬 삐삐의 말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만날 수 다는 것. 이번 여행기에 모두 싣지는 못했지만 러시아에서 만난 생각지도 못한 인연들에 모두 감사하다. 그들 덕분에 러시아는 489일 동안의 세계여행 이후에도 가장 잊지 못할 나라로 남아있다.

쫄보의 여행은 계속된다. 부러진 갈비뼈 때문에 새로 산 수레를 끌고. 생각지도 못한 인연들을 기대하며.


여러분께 이 여행기가 생각지도 못한 인연처럼 반가웠기를 바라며. <쫄보의 틀깨기>는 매거진에서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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