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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재성 Apr 11. 2016

SS UNITED STATES

역사에 남은 배들


영화 타이타닉에 보면 선주가 선장에게 은근히 경쟁선들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줄 것을 압박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객선이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주 교통수단이었던 시절, 다른 경쟁선들보다 빠른 속도는 분명 큰 메리트였다. 게다가 대서양 정기 여객선들 중 Westbound로(서쪽방향으로) 가장 빠르게 대서양을 주파하는 선박에게 주어지는 Blue Riband이라는 타이틀은 정기여객선을 운항하는 회사에게 다른 배들보다 빠른 속도로 승객들을 실어나른다는 상징으로 다른 경쟁사들보다 더 승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SS United States는 본의는 아니게 블루리본 타이틀을 1952년에 취득하고 아직까지도 그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여객선이다.


2차세계대전을 통해 세계의 최강국으로 군림하게 된 미국은 전쟁중 전시표준선 규격으로 수만대의 선박들을 만들어냈고 그 덕을 톡톡히 보았지만 애초 짐을 실어나르는 배로 만들어진 전시표준선들은 승객을 운송하는데는 부적당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연합국이었던 영국이 자국의 여객선인 RMS QUEEN MARY와 RMS QUEEN ELIZABETH를 전쟁 중에 징발하여 인명수송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것을 본 미국은 자신들도 평시에는 여객선으로 사용하다가 전시에는 신속하게 군병력수송선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박을 건조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이를 위해 미 해군의 함정설계 엔지니어였던 윌리엄 프랜시스 깁스가 몇 가지 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는 선박을 건조하기 시작하는데 그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1. 수송선으로 사용시 적함이나 항공기의 피격에 대비하여 다른 구역과 완전히 격리되는 구획으로 보호되는 기관실을 갖춤.

2 .작전시 고속, 장거리 항해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강력한 기관과 대용량의 연료를 실을 수 있는 탱크를 탑재함.

3. 선폭을 101피트(30.78M)로 제한하여 파나마 운하를 통항할 수 있도록 제작함.

4. 내부 인테리어와 내장재에 불연성 재료를 사용하여 피격에 따른 화재를 예방하여 인명을 보호하는데 역점을 둠.


이런 기준에 따라 1950년 2월 8일 건조에 들어가게 된 배가 바로 SS UNITED STATES다.


1952년 7월 3일, 처녀항해에 나서기까지 2년 5개월의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그 당시로도 상당한 기간을 소요한 것으로 당시 이 배에 투입된 첨단기술과 금액도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블루리본의 도착지점인 영국의 비숍락 등대

처녀항해는 뉴욕을 출발하여 영국의 콘월로 향하는 구간이었는데 애초 출항과 동시에 선주였던 United States Lines와 초대 선장이었던 Harry Manning은 당시 영국의 RMS QUEEN MARY가 가지고 있던 블루리본 타이틀을 빼앗아오기 위한 기획을 실행한다. 블루리본의 시작지점인 뉴욕 항만수로에 배치된 등대선 앰브로스호부터 종점인 잉글랜드 실리 군도 옆의 비숍 록 등대까지를 전속역으로 주파한 결과, 3일 10시간 40분, 평균속도 35.59노트(65.91km/h)로 주파한 것. 이 속도는 당시 운항 중이던 고속정의 스피드와도 맞먹을 정도였고 현용 최신형 함정과도 맞먹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엄청난 속도였다. QUEEN MARY로 부터 블루리본을 빼앗아온 것은 물론이고 그 이름만큼이나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높여준 존재로 일약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현재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82번 부두에 정박중인 United States호

하지만, 북미와 유럽간을 연결하는 인명수송수단이 선박에서 항공기로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BIG-U라는 별칭으로 사랑받던 UNITED STATES호의 운명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박으로써는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했지만 반나절이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여객기와는 승부가 되지 않았고 호화여객선의 높은 가격 역시 승객들이 등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말았다. 애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구간을 운항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적자만 쌓여가는 악순환속에 놓이고 말았고 결국 1969년 11월 14일, 퇴역하게 된다.


워낙 첨단기술로 만들어진 선박이었고 그 상징성도 여전했기 때문에 바로 고철로 팔리는 운명은 맞지 않았지만 여기저기 개인의 용도로 사용되기 위해 팔려다니게 되는데 애초 해군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불연성 재료를 사용한 것이 이후 문제가 된다. 예전이야 불연성 재료로 각광받았지만 최근에는 발암물질로 사용이 전면 금지된 석면이 대량으로 사용된 것. 1994년 석면을 모조리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고 이후 더이상 매물로써의 매력도 상실한 채 필라델피아 82번 부두에 정박한 채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좋은 시절을 지내던 SS UNITED STATES호.

1999년에는 SS UNITED STATES FOUNDATION이 설립되고 재단의 활동에 따라 국가사적물인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으로 지정되었다. 박물관으로 개수될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아직까지 다른 움직임은 알려져있지 않다.


가장 빠른 배로 아직까지도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빛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어느 항구에서 녹쓸어가고 있는 운명을 맞고 있는 유나이티드호. 다시 한 번 예전의 영화를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새롭게 탈바꿈하여 그 명맥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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