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바라지, 숙명의 종기(終期)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26세의 남자 A는 시정되어 있는 자전거를 절단기로 끊어 절도를 저질렀다. 피해자는 모두 4명이다. A는 현재 구속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연락해서 피해회복을 하고, 합의를 보는 일은 오로지 A의 부모가 도맡아 하고 있다. A의 부모는 자기 잘못이 아님에도 자식의 잘못으로 인해 죄인이 되어 사과하고 사죄하였을 것이다.


B는 38세로 IT 관련 사업을 하다가 5억원이 조금 못되는 빚을 안고 파산에 이르렀다. B의 아버지는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제공해서 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으로 B에게 주었다. 하지만, B가 대출금 채무를 연체하면서 B 아버지 주택에는 경매가 실시되었다.


C는 의뢰인의 아들인데, 최근 다니던 중소기업을 퇴사하고, 일식집을 운영하겠다고 하면서 부모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의뢰인은 부모이기 때문에 아마 돈을 빌려 주었을 것이다.


D는 대학원을 수료해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취업이 여의치 않자 박사과정을 하겠다고 부모에게 통보했다. D의 부모는 공부하겠다는 자식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으므로 학비와 생활비 등을 또다시 지원해야 한다.


숙명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의미한다. 부모의 숙명은 자식을 뒷바라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숙명의 종기(終期)는 언제일까.


자식이 대학을 가도, 결혼을 해도 숙명은 끝날 줄을 모른다. 어미새보다 더 커져버린 몸집을 하고서 여전히 먹이를 달라고 하는 새끼를 두고, 부모의 숙명이니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부모는 자신을 뒤로 하고 자식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부모의 본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가 그것을 당연한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권리인 것처럼 여겨서는 안된다.


성년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독립은 경제적인 것은 물론, 정서적인 것을 포함한다. 거친 파도를 온 몸으로 맞아 젖어 보고, 홀로 밤을 지세며 눈물도 흘려 보아야 한다. 삶이 주는 고락(苦樂)을 부모를 필터로 해서 경험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부모의 숙명의 종기(終期)를 최대한 단축시키려는 노력은, 자신에게 독립된 성장과 발전을 가져다 주고 부모에게는 효성으로 작용할 것이다.

keyword
이전 23화부모를 모시고 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