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에 대해

by naniverse

지난주, 일 년 만에 집에 들렀던 동생은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힘들어. 상무가 하나 있는데 일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시비를 걸곤 해. 정 말 화가 치밀어.”


얼굴이 벌게진 채 그간 있었던 힘든 일들을 토로하는 동생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나는 이런 질문을 했다.


“화 내서 좋은 게 혹시 있어? 기분이 풀리니? ( 나는 100% T형 인간이다. ) ”


“아니 언니, 그냥 화가 나니까 화가 났어. 화를 어떻게 안내? ”


“ 그래 화를 낼 수는 있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말도 안 되는 일들로 뭐라고 하는 사람들을 겪다 보면 당연히 화가 나는 게 당연해.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말이야, 화가 난 채로 그 상황이 종료되면 너에게 좋은 일은 하나도 없어.


난 회사를 다닐 때 정말 힘든 상사를 모신 적이 있었어. 모두가 함께 일하는 것을 꺼려할 정도의 사람이었지. 별것도 아닌 일에 걸핏하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더라. 보고서의 띄어쓰기, 줄 간격 하나하나 맘에 들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어. 자료를 찾아보면 되는 일들도 모조리 외우지 않으면 소리치기 일쑤였지. 스트레스가 몇 달이 지속되니 온몸에 두드러기가 몇 날 며칠이고 올라오더라고. 병원을 가봤더니 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어느 날은 눈이 퉁퉁 붓고 입술이 퉁퉁 부어 출근했어. 그날은 작은 외부 미팅이 하나 있었는데 미팅을 하기 어려울 것 같더라고. 그래서 그에게 이렇게 말했지.‘ 오늘 00 회사 외 미팅이 있는데 연기하려고 합니다. 얼굴이 이래서요’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냉담하더라고.‘니 몸상태가 그런 것과 미팅을 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고 되묻더라. 화가 났어.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기본예의가 없는 사람이었지. 물론 그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어. 덕분에 매일같이 마음이 괴로웠고, 정신과 상담도 받게 됐어. 저 사람과 더 이상은 함께 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고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었어. 물론 너도 알다시피 결국 퇴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거두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긴 했어. 그 사람을 빼면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거든.


다시 일하기로 결심한 것은 내가 이런 선택을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야. 저 사람 때문에 화를 내기보다는 참 안타까운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기로 말이야. 퇴사를 번복하기 전 많은 생각을 했는데 한 발자국 떨어져 생각해 보니 가장 크게 보이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어. ’참 안타깝다. 나이가 50이 다 되도록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소리를 치는 정도의 사람으로밖에 성장하지 못했다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얼마나 두려움이 크면 본인이 강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소리를 지르고 윽박지르는 것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참 안 됐다. ’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그 사람을 보는 내 시선이 달라진 것이 느껴졌어. 소리를 지르는 그분께 화가 나는 대신 안타깝고 측은지심마저 들더라고. 마음속으로 진심으로 그 사람을 안타까워하고 나니까 내 마음속의 화가 사라지더라.

네 말이 맞아 많은 순간 우리가 화를 내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기도 전에 화가 나. 나에게 무례하게 하는 사람이 있거나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여전히 나도 화가 나. 하지만 화가 난 상태로 내 마음이 상황을 종료하면 내 마음에 남는 것은 원망, 서운함 등 부정적인 감정밖에 없어.


그러니 네가 화가 나도록 한 상대방을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 번 바라봐봐.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 되었는지. 어떤 결핍이 있었으면 사람과의 관계를 이렇게밖에 만들지 못했는지. 아주 조금 안타까운 시선으로 다른 이들을 바라보게 되면 머리끝까지 치밀었던 화가 점점 작아지고 진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이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포기했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야. 안타깝게 바라보다 보면 그 사람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돼. 아직 미성숙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다 보면 너는 점점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게 될 거야.


그리고 가끔 난 이런 생각을 해. 화가 날 만한 상황이 나를 성장시키는 데 있어 얼마나 큰 배움의 기회 인가 하는 생각 말이야. 나보다 나은 사람들,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을 겪어야지만 내게 배울 것이 생기는 것은 아니야. 난 그분과 함께한 3년을 견디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고 성장했어.

무슨 일이 있어도 타인에게 저런 식으로 감정을 드려내며 소리를 지르거나 윽박지르는 등 함부로 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 나잇값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화를 불러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는 시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인생의 깨달음을 배웠으니 그 가 내게 준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지. 감사하다고 큰 절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


그러니 너에게 우연히 찾아온 화를 너의 가장 큰 배움의 기회로 한 번 만들어봐. 물론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그것을 할 수 있다면 너는 정말 너를 성장시키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거야 “


이것이 너를 화나게 만드는 것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미 나버린 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이를 나를 성장시키는 배움의 기회로 만드는 사람은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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