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밴더한테 맡기는 시대는 끝났다

by 크넥

"화장품 공구? 다시는 안 해요."


어제 만난 공동구매 밴더 대표의 말입니다.

꽤 오래 하신 분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직접 리빙 브랜드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고, 오히려 잘되고 있다고 합니다.

의외였습니다.

공구 밴더가 왜 화장품을 접었을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인플루언서 수수료는 적게 20%, 많으면 50% 이상입니다.

밴더한테 남는 마진은 5~10%.

여기까지만 보면 "그래도 남잖아" 싶지만,

문제는 그 사이에 끼인 업무입니다.

제품 세팅, 콘텐츠 가이드, 일정 조율, CS, 정산.

전부 밴더가 합니다.

사람이 붙어야 하는 일인데,

마진 5%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화장품은 객단가마저 낮습니다.

한두 건은 버텨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입니다.


그 대표가 가장 강조한 말이 있었습니다.

"팔로워 몇십만인데, 100~200만 원도 못 팔더라고요."

뷰티 카테고리의 함정입니다.

팔로워가 많다고 화장품이 팔리는 게 아닙니다.

뷰티 인플루언서의 팔로워 중 상당수는 '구경하는 사람'이지, '사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한 번에 수억 찍던 메가 인플루언서들,

대부분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서 나갔습니다.

남의 제품 팔아주는 것보다 자기 브랜드로 마진 50~70%를 가져가는 게 합리적이니까요.

공구 시장에서 '진짜 잘 파는 사람'의 공급이 줄고 있습니다.


반대로, 공구를 원하는 브랜드는 늘고 있습니다.

메타 광고비는 오르고, 시딩은 안 먹히고.

공구는 수익 쉐어 구조라 안 팔리면 비용이 안 나가니까.

브랜드 입장에서는 그나마 안전한 채널입니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준다.

이 간극이 이상한 현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메가 인플루언서 100명 보유."

이런 광고를 크몽에서, 블로그에서 쉽게 봅니다.

그런데 실제로 매칭이 될까요?


대부분의 밴더가 내세우는 '보유 인플루언서'는

DM 한 번 보낸 적 있는 리스트에 가깝습니다.

잘 파는 인플루언서는 밴더를 고릅니다.

아무 밴더나 통하지 않아요.

본인 계정의 신뢰도가 곧 자산이니까요.


주변에서 공구로 꾸준히 성과 내는 브랜드들을 봅니다.

밴더 잘 골라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브랜드가 직접 뛴 결과였습니다.

DM 1,000개 보내서 겨우 한 명 매칭한 '은인'.

밤새 보내고, 거절당하고, 또 보내고.

그렇게 만난 한 명이 터지면, 그 사람이 은인이 됩니다.

팔로워 5천일 때 먼저 손 내밀었던 브랜드.

그 인플루언서가 50만, 100만이 됐을 때도

"처음 믿어준 브랜드"는 기억합니다.

돈 때문이 아니라 진짜 써보고 좋아서 팔아주는 인플루언서.

팔로워도 압니다.

이 사람이 진심인지 아닌지.

전부 시간과 관계의 결과입니다.

밴더한테 돈 주고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제 만난 그 대표도 공구 자체가 안 된다고 한 건 아닙니다.

화장품이 구조적으로 맞지 않았다는 것이고,

리빙으로 넘어가서 잘되고 있으니까요.

공구는 여전히 강력한 판매 채널입니다.


다만, 밴더한테 맡기면 알아서 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결국 공구의 본질은 단순합니다.

"이 인플루언서가 우리 제품을 진심으로 좋아하는가?"

이걸 만들 수 있는 건 밴더가 아니라, 브랜드 자신입니다.

DM 1,000개의 수고가 무의미해 보여도,

그 안에서 만난 딱 한 명이 수십억 공구 매출을 만들어줍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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