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하는 건 어쨌든 도움이 된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

by 중앙동 물방개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듯, 나도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게 권장 사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덕적 혹은 법적으로 어긋나는 일도 아니다. 다만 싫어하는 것과 표현하는 건 다르다. 불호가 혐오로 이어지고 혐오가 표현되면 혐오대상이 되는 혹자는 어떤 형태로든 상처를 입는다. 특히 그 대상이 약자, 소수자일 경우 차별과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비단 그 사람이 아주 못된 사람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본인만이 알 수 있는 어떤 모습을 상대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주위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때 나는 이런 루트로 생각을 정리해는데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종이와 펜을 준비해 생각의 회로를 따라가 보시길 바란다.


STEP 1. 왜 싫은지 생각해보자. 싫어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유를 적어본다. 머릿속은 믿을 수 없으니 종이와 펜이 필요하다. 적어 내려가며 생각을 구체화하고 가시화해야 한다. 어떤 건 적다 보면 별것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싫어하는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왜 자신이 이유 없이 그 사람에 대해 이런 감정을 품게 되었는가 생각해보고 그 계기를 적어본다.


STEP 2. 적은 것을 보며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본다. 내가 말해서 상대가 고쳐질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는가. 내가 그에게 이런 이유를 말할 수 있는 위치인가. 내가 그 이유를 말하고 개선점을 같이 고민하면 분명 나를 비롯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가.


STEP 3. 말할 수 있는 입장이고 말해서 분명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1:1로 그와 얘기를 나눈다. 꼭 1:1, 대면이어야 한다. 어떠한 형태로든 상대는 상처를 입을 수 있기에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여러 번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개방되지 않은 장소를 택해야 한다.


STEP 4. 도저히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거나(권력 관계의 하에 속하는 경우) 개선된다고 특별히 나와 모두에게 도움 되지도 않는다면 마지막 단계로 넘어간다.


STEP 5. 그 사람이 지닌 장점을 찾아본다(뭐 하나라도 있겠지. 나름의 사정이 있을 거야. 그 사정을 생각해보자) 혹은 그 사람이 두리안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레 멀리한다. 굳이 티를 낼 필요는 없다. 그냥 멀리하면 된다. 최소한의 리액션, 거리두기를 하는 등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피하는 건 어쩐지 비겁한 것 같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멀리하는 건 부끄럽지만 어쨌든 도움이 된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미움받으면 아프다는 점, 어떤 사람도 각자 사정이 있고 장점 하나쯤은 있다는 것(아,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반면교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장점)을 생각해보면 도움 된다. 싫어하는 사람을 계속 싫어하려고 탐구하지 말고, 미워하는 사람을 더 미워하기 위해 괜한 에너지 낭비는 금물. 그냥 넘의 인생을 비행기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듯 멀리 바라보고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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