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목적 없이 약속을 잡지 않는다.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언제부턴가 누굴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시간과 돈, 에너지(혹은 이 모든 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생각 없이 들은 얘기로 가슴에 거스러미가 일었다. 정보를 얻으려고 참여한 모임에서 불쾌함을 잔뜩 안았고 그런 건 그냥 메시지로 묻자고 다짐했다. 혹시나 했던 만남은 역시인 경우가 많았고 특히 5인 이상의 모임이 좋았던 사례는 없다. 일면식도 없는 이를 만나는 건 더욱 꺼린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속 돈을 내는 관계라면 만남의 횟수를 줄이게 된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이는 덜 내도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같이 먹고 마신 건 반씩 내는 게 편하다. 그래야 다음 만남에도 부담이 적다. 만남의 주기는 6개월 혹은 그 이상으로 서로의 신변에 어떠한 형태로든 이상이 생겼을 때를 선호한다. 너무 자주 만나면 같은 얘기를 반복해 듣게 되고 그 만남을 소중히 여기지 못한다.
관계의 경계를 넓히는 데에 딱히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고 서로의 영혼을 맞바꿀 정도까지의 관계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두 시간 정도의 밥, 차 혹은 맥주를 앞에 두고 불편하지 않으면서, 얘기를 나누며 옅게 웃을 수 있는 관계. 인사를 나누는 지점에서 가벼운 포옹이나 어깨를 두드리고 헤어질 수 있는 사이. 뒤돌아서는 발걸음이 조금 아쉽기도 하면서 마음 한쪽은 따뜻해지는, 그런 적정한 크기의 관계를 대체로 지향한다.
뭐가 그리 복잡하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대체로 내가 간혹 만나는 관계라는 게 다 이와 비슷한 언저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