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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Mar 28. 2023

노간주나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봄철 화원을 찾는 일은  즐거움이다. 갖가지 화초들이 바깥세상보다 먼저 꽃을 피우니 성급한 사람들은 그곳에서 먼저 봄을 맞는다. 우리 가족도 화원을 찾게 된 것은 아마도 새로 이사하려는 회사 담너머의 마늘밭 아저씨 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년 전부터 재개발의 말미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던 회사에 보상결정이 나고 그동안 여기저기 가성비 좋은 땅을 찾던 중  지금의 땅을 장만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절차를 거치면서 건물을 지었고 지금은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어느 것도 손을 델 수가 없다 하여  바라만 보고 있던 차에 벚꽃은 피고, 세상것들이 하나둘 죄다 깨어나고 있자니 뭘 해야 하는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웃에서 베란다에 키우던 철쭉을 준다기에 덜컥 받고 보니 어디에 심어야 하나 하고 건물 안에 두고 물만 흠뻑 주고 돌아왔다. 그게 어느덧 이 주전이었고 그 이후로 우리는 하나둘 작업에 들어갔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담너머 마늘밭아저씨의 배려 덕이다. 장마철에 마구잡이로 내리는 비로 아저씨네와 우리 땅 사이의 언덕이  적당한 수로도 없고 해서 쓸모없이 방치된 상태였는데 우리가 건물을 지으면서 커다란 수로를 만들고 땅을 고르다 보니 7~8평가량의 땅이 생겨났다. 꼭 우리 시아버님처럼 좋게 생긴 그분은 이 사람에게 어차피 새로 생긴 거나 마찬가지니까 우리더러 쓰라고 하셨단다. 서류상엔 우리 것이 아니지만 아저씨는 장마철 물걱정을 덜어낼 수 있고, 이 사람은 좁은 땅에 이 정도의 여유가 생기다니 꿈 많던 소기업사장님이 신바람이 났다.


 화원에 들렀을 때 휙 한 번 돌아보더니 두 말도 하지 않고 노간주나무를 지목했다. 아내로서 한마디의 토도 달지 않았다. 당신 회사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지어보는 건물인데 하고 싶은 대로 두고 보는 게 좋을 것도 같고 해서다.

실상은 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이이가 그 땅에 마음으로 심은 나무의 수는 백가지도 넘었지 싶다. 그만큼 기대가 되고 기쁘고 무한대로 좋기만 해서였겠지만, 듣도 보도 못한 노간주나무를 지목할 줄은 정말 몰랐다. 출근한 남편을 보내고 대체 이 나무 이름은 뭘까하고 사진을 찍어 조회도 해보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이 나무의 이름을 알아내  메시지를 보내 놓았는데도  그걸 보지 못하고 주말에 들렀던 화원에 가서 나무 이름을 물으니 모르겠다며 사철 보는 장미나 사라며 그 주인아주머니는 는 일에만 열중이 더란다.  한그루에 만만한 값은 또 아니어서 살펴보니까 가지를 자른 다음 물속에 부직포나 뭐를 깔고 자주 물을 면 언젠가는 싹이 생기는 모양이다.

집에서 고무나무나 제라늄 이런 것을 뿌리내리게 해 개체수를 늘려본 게 여러 번이라  그날 산 노간주나무 회양목 가지를 가져와 물에 담갔다.

그것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치 꽃꽂이를 해놓은 것처럼 보기가 그럴싸하다.

뿌리를 기다리는 노간주나무


 차도남이 발견한 다소 깔깔하고 세련미가 있는 노간주나무를 알아봤더니


분류 : 측백나무과

학명 : Juniperus rigida siebold & Zucc

원산지 : 아시아(대한민국. 중국. 일본. 몽골), 유럽(러시아)

크기 : 8m

개화기 : 4월~5월

꽃색 : 갈색

꽃말 : 보호, 친절, 자유


 출처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 지식정보 : 식물


 이러한 노간주나무는  우리가 노닐던 작은 동산에서도 깊은 산속에서도 간간히 볼 수 있던 나무인데도 잊고 살아왔던 건 아닌가 싶다.  이유를 불문하고 이웃 마늘밭아저씨가 내어주신 밭에서 화분에 마사토를 깔고 거름도 넣고 흙도 채워서  조만간 준공 떨어지고 이사를 하게 되면 회사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멋지게 두려고 지금은 물도 정성껏 주고 보살피면서 대기 중이다.


작업중
물맞은 화초들
이사하면 정문으로 갈 준비중인 노간주나무


 어찌 보면 화초를 심는 것은 내일을 기대하는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숨어있는 것 같다.

마늘밭 아저씨는 자투리땅을 내어 주시고, 우리는 근사한 수로를 내드렸으니, 자투리땅은 희망이요, 수로는 수해로부터의 안심일터이다. 이렇듯 희망과 안심을 서로 주고받았으니 앞날이 행복할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나.



남편은 아저씨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여러 번 말한다. 차가운 도시의 남자가 마늘밭아저씨와 사이좋게 지낼 것을 고대하며, 노간주나무도 우리 집에 왔으니 잘 자라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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