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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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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Oct 28. 2023

미국일기 15

그리움

귀국할 무렵의 일입니다. 시골에 계신 아버님이 급한 용무가 있었는지 제 휴대전화로 국제 전화를 하셨습니다. 마침 동네 카니발에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갔습니다. 주위의 소음에 그만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음성 메시지가 남아 있다는 아이콘이 깜박이기에 확인했습니다. 이제 칠순이 되신 아버지가 삼십 대 중반의 아들에게 남긴 메시지는"이용석, 아빠야"라는 한마디였습니다. 전화를 걸어 용무를 확인하니 귀국하는 며느리, 손자들 차편을 염려하고 계셨습니다. 


칠순이 넘으신 그분은 아직도 제게 '아빠'인가 봅니다. 아침, 저녁으로 두 아들에게 '아빠' 소리를 듣지만 이 '아빠'는 저 칠순이 넘은 '아빠'에 비해 한없이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 제 삶의 과정은 한마디로 부모님이 예전에 하신 잔소리가 '과연 옳았다.'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삶의 고비에 '그때 아버지가 과거에 하신 말씀을 따랐다면 오죽 좋았을까'하고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평생 자식에게 화를 내지 않으셨던 제 아빠를 생각하며, 오늘도 성질을 못 이겨 어린 아들에게 소리를 내질렀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제 아빠처럼 자식들에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팔순의 막바지를 향해 가시고, 저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부모 자식의 관계는 여전합니다. 저는 여전히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부모님에게 어리광을 부릅니다. 부모님 댁을 방문하면 아직도 다 큰 자식이 끼니를 걸렀을까 봐 걱정하십니다. 제 집에서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항상 저를 누르고 있지만, 부모님 댁에 간 순간 그 책임감에서 벗어나곤 합니다. 양친께서 건강하셔서 다행입니다. (2005년 5월에 쓴 글을 2023년 10월 28일 다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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