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그리고 사랑
어머니 방 한쪽 켠에 걸려 있는 아버지 사진. 돌아가신 지 15년 세월이지만 시간이 멈춘 사진 속 모습은 내가 그리워하던 옛 모습 그대로...
'보고 싶다'
어린 시절 공부만 하라는 아버지가 싫었다. 공부를 못하면 매를 맞아야 했고, 매일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척해야 하는 내가 싫었다.
급기야는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 십이지염으로 쓰러져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낸 나.
연이은 대학입시 실패. 일류대를 나온 아버지 눈치를 보면서 스스로를 방안에 가둔 채 자신감이 상실된 난 대화도 식사도 점점 피하게 되었고,
10대를 지나 20대가 되어도 아버지가 싫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냥 자꾸 불편하고 피하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대학 졸업, 회사 취직, 결혼을 지나 나 또한 한 가정에 아버지가 되었다.
중국 주재원으로 갈 기회가 생길 무렵 안구암 말기로 시한부 인생 된 아버지.
고민하는 나에게 아버지는 애써 웃으면서 "내가 확인해보니 좋은 기회라고 하던데, 아버지 때문에 너의 인생에 기회를 놓치면 안돼. 내 인생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신경 쓰지 말고 너의 인생을 위해 투자해" 라면 나를 격려해 주셨다.
막상 병든 아버지를 뒤에 두고 중국으로 떠날 때 주변에 많은 분들이 뒤에서 손가락질을 했지만, 내편에서 묵묵히 바라봐 주시던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왜 그토록 아버지가 미웠을가' 라는 후회. '아버지가 미웠 던 내 마음을 더 솔직히 터 놓고 얘기 할 걸' 라는 후회. '좀 더 많은 대화와 좀 더 많은 시간을 가질 걸' 라는 후회...
사랑은 흘러가는 시간처럼 존재하지 않지만, 새것은 점점 낡아가고 우리는 점점 늙고 죽어가는 시간의 방향으로 저항 할 수 없이 변해가지만,
영원히 시간 속에 갖혀 반복되는 낮과 밤 그리고 계절처럼 변하지 않는 부모의 사랑.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이 서툴러 표현을 잘 못했을 뿐 내가 내 자식을 사랑하듯 내 아버지도 나에게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