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머리를 자르기 위해 찾아 간 미용실.
의자 앞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일상 중 내 얼굴을 가장 긴 시간 바라보고 있게 하는 공간 - 미용실.
타인의 손에 머리를 맡긴 채 때론 무상무념의 시간이 되고, 때론 졸음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나.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거울 속 너.
너의 얼굴에 늘어나는 주름, 살이 쪄서 더 커져버린 얼굴, 세월에 의해 미세하게 쳐지는 볼살, 구레나룻에 늘어나는 흰머리...늙어가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서글퍼지는 내 자신.
삶의 굴레에 갇혀 점점 변해가는 내 모습에 현기증이 난다.
아직 해 보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은데,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은 시작도 못해 봤는데,
내 의지와 관계와 없이 죽음의 문턱으로 계속 밀어내고 있는 시간.
이대로 세월의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