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여겼던 사람들이나 시간들이 어느새 나와 이별한 지 오래되었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 모여 숲을 이루었고, 나는 이따금씩 홀로 그곳에 갇혀 나올 수 없을 때가 있다. 그 안에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시 가지지 못할 마음들도 있고, 한때 분신같이 익숙했던 사소한 말과 습관들이 가득하다.
모든 만남 옆에 이별이 그림자처럼 서 있지만 우리는 그걸 대체로 보지 못한다. 우연히 소중해졌으니 우연히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잊고 지내는 것 같다. 무언가 갑자기 내 곁에 없다면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잃어버리기 시작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잃은 상태가 익숙해지기까지 자신도 모르는 많은 여백이 지나갔을 것이고, 그걸 뒤늦게 인지했을 때 짐짓 단호한 척을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와 헤어졌고, 헤어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인연이나 순간은 평생을 걸쳐 그리워 질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든 사소한 헤어짐에 정중한 인사를 할 수 없으므로 그저 의연한 태도로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지금 곁에 머물고 있는 모든 것에게 애정과 감사를 건넨다.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 보고 싶은 것들이 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