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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갸비 Jan 20. 2023

프로레슬러, 영철을 응원하다

나답게 살자, 재밌게 살자


진심이 담긴 말은 힘이 세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감동을 준다.


나는솔로 12기 영철의 말이 그랬다. 영철은 프로레슬러다. 순자와 심야데이트 중, 프로레슬러 활동을 하다 크게 부상당한 이야기를 했다. 안면 뼈가 세 조각으로 나뉘어 플레이트를 넣고 고정해 붙였다고 했다. 자칫하면 몰골로 살아갈 수도 있었을 일이지만 그는 담담하게 과거를 풀어냈다. 영철의 다음 말을 듣고, 영철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안면 삼각 분쇄골절이라고 해서(얼굴 눈가와 광대뼈 부근을 만지며) 여기가 이렇게 다 깨진건데 수술을 해가지고 플레이트가 들어가 있는데, 근데 그런 것조차 사실은 뭐 그런 고통조차도 내 삶의 하나고, 지나가는 길이고, 조심해서 하고 있고, 그 뒤로는 거의 다친 건 없고 시합 잘 끝내고…”


패널들은 감동한 듯 말했다.


“멋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진정성 담긴 자부심이 느껴지는 거잖아요”


나도 같은 감정을 느꼈고 같은 생각을 했다.


프로레슬링은 비인기 종목이다. 인기가 없다는 건 관객이 없다는 것이고 이는 곧 생활이 윤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영철을 보면 구김살이 없다. 본인 스스로는 부끄러움이 많다지만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꼬임이 없고, 당당하고, 매사 유쾌하다. 정말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닐까.


영철을 응원한다. 해서 영철같은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영철은 더 많아져야 하고, 더 인정받아야 한다. 모두가 같은 방향, 같은 길을 가는 사회는 아무래도 재미없다.


인생은 짧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우리 모두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으로 향하는 시한부 인생을 산다. 이 간단한 이치만 받아들이면 우리가 할 건, 지금 당장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될지 모를 미래에 안절부절못할 게 아니라, 자기 연민 혹은 혐오로 귀결되는 타인과 비교에 빠질 게 아니라, 그저 지금 함께하는 사람과 혹은 일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다.  


이런 순간과 하루를 쌓아가는 게 우리가 할 일의 전부다. 아마 이걸 실제 삶으로 살아내는 게 영철이 아닐까. 영철같은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해서 하루하루를 더 재미나게 충만하게 사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가득해지기를, 해서 권태롭고 허무해지는 이들이 적어지기를 바란다. 프로레슬러, 영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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